1960·70년대 반의 오늘과 내일: 자유로운 분위기 속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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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12-16 조회수 : 2,26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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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반의 오늘과 내일: 자유로운 분위기 속의 다양성
강기천
1960·70년대 연구반은 한국의 1960년대와 70년대를 살펴보는 모임으로서 국사, 문학, 과학사 등 여러 전공의 연구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필자가 1960·70년대 연구반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17년 9월부터였다. 2011년에 결성된 유신체제 연구반을 모체로 1960·70년대 연구반은 6년 정도의 기간 동안 시기 별로 공통된 주제나 자료를 정하고 세미나를 진행해 왔으며, 2017년 9월은 “남과 북, 그리고 아시아”라는 새로운 주제로 세미나를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이때 필자가 느낀 1960·70년대 반의 특징은 다양성과 자유로움이었다. 우선 당시의 세미나 진행 방식은 상당히 자유로웠다. 특별한 자료가 고정되어 있지도 않았고 발제자의 발표 주제 선정에 있어서 제약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매달 2명의 발제자가 “남과 북, 그리고 아시아”라는 주제에 어울릴만한 관심 주제를 스스로 선정하고 신문, 잡지, 보고서 등 가용한 자료를 활용하여 발제를 하는 방식이었는데,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 문학, 국제 관계 등 다양한 주제의 발제가 있었으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관심사와 관점을 토론을 통해 나누며 60·70년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약 1년 반 정도 “남과 북, 그리고 아시아”라는 주제로 진행 된 세미나는 2019년 3월의 워크샵에서 오제연, 김도민, 강기천이 각각 1950-60년대 남한정부의 동아시아 반공연대 추진과 좌절, 남북한의 동남아 ‘중립국’을 둘러싼 외교전쟁, 한미 과학기술협력과 기술이전에 대한 발표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되었다.
2019년 3월부터는 세미나 주제와 방식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 같은 자료를 공유하며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세미나를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던 것이다. 이에 2019년 3월부터는 전태일 분신 50주년인 2020년에 워크샵을 가지는 것을 목표로 “전태일과 그의 시대”라는 주제로 새롭게 세미나를 시작하였다. 기간은 약 2년을 잡고 첫 해인 2019년에는 반원들의 공통적인 감각을 제고하기 위해 함께 자료를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둘째 해인 2020년에는 자료읽기와 더불어 워크샵 준비를 위한 개별발제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잡지 『신동아』를 반원 전체가 같이 읽기로 했으며, 이후 개별발제를 할 때는 공동의 대주제와 연관된 주제를 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전태일과 그의 시대”라는 주제에 맞춰 전태일 사망 전후의 시기인 1968~1972년에 발간된 『신동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워크샵을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매달 이어지는 세미나에서 총 3명의 발제자는 2달분씩, 총 6달분을 발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모두가 같이 『신동아』라는 공통의 자료를 읽고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를 높이면서도 다양성과 자유로운 분위기는 이어졌다. 『신동아』라는 잡지가 정치, 경제, 사회, 외교는 물론이고 문학, 과학기술, 서민의 삶 등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다루었는데, 발제자는 일반적으로 2달분의 『신동아』에 실린 여러 기사들 중 관심이 가거나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 되는 기사들을 선택하여 발제를 하였고 역시 다양한 관심사와 관점이 발제문에 반영되었던 것이다. 『신동아』를 같이 읽으며 반원들은 땜장이나 소몰이꾼과 같은 그 시대를 살았던 서민들의 삶부터 1960년대 말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경고, 다가올 대선에 대비한 신민당의 개편과 김대중의 대선 후보 선출, 닉슨 독트린과 한국의 외교, 그리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읽고 토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를 바라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 속에서도 일관된 방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몰이꾼의 삶에서 당시 서민의 팍팍한 삶을, 높아지는 세금과 과세 방법에 대한 논의, 그리고 국민 세금 부담의 증가가 가질 경제적 효과에 대한 우려를 담은 분석으로부터 경제위기로 향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흐름을, 기업의 경쟁과 그 속에서 보장되지 못하는 노동 환경, 그리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글에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과 처우 등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곧 “전태일과 그의 시대”를 묘사할 수 있는 여러 측면의 소재가 되고 있다. 또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국내 정치 상황이나 복잡해지는 냉전과 국제 관계의 양상 등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느꼈을 위기감과, 기대감, 불안감 등 다양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여러 차원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 쌓여만 가는, 끓어오르는 압력밥솥과 같은 한국 사회의 단면들을 보여주는 퍼즐 조각과도 같다. 물론, 달 착륙과 우주개발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까지 어디에 끼어야 할지 모르는 즐거운 여담으로 남아있기는 하다.
1960·70년대 반의 프로젝트 “전태일과 그의 시대”는 현재 진행 중이다. 2019년 자료 읽기가 1972년 정도까지 진행이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워크샵을 준비하는 세미나가 이어질 것이고 2020년 11월 정도에 워크샵을 가질 예정이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내용을 더 읽고 “전태일과 그의 시대”라는 주제에 어떤 살을 붙여서 워크샵에 이를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워크샵이 마무리 되는 그 때까지, 또 워크샵 이후 새로운 주제나 관심사로 내일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도 여러 생각을 겹칠 수 있는 지금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다양성이 남아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