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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에 따른 한중일 시민단체 공동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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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4-01 조회수 : 1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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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발표에 따른 한중일 시민단체 공동성명서】


일본정부는 역사왜곡을 중단하고, 독도기술을 삭제하라!

2011년 3월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검정에 합격한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는 2006년 아베정권에 의해 개악된 신교육기본법에 근거하고, 2008년 문부과학성이 개정고시한 신학습지도요령에 의해 만들어진 첫 교과서로, 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이 그 근간에 자리 잡고 있다.
신학습지도요령은 2001년부터 끊임없이 진행되어 온 일부 우익세력들의 교과서 개악요구를 일본 정부가 수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그동안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들은 점점 전쟁과 식민지 피해자들에 대한 기술을 줄여왔다. 문제의 ‘위험한’ 교과서들은 전쟁과 식민지를 미화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급기야 영토문제를 매개로 한 애국주의 부추기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1년 교과서 검정은 바로 그러한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갈수록 서술이 개악되고 있는 현실과 이를 용인하다 못해 주도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행태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의 교과서 검정결과에서 가장 먼저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역사왜곡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의 경우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서 발행한 공민교과서에 한국이 불법점거했다는 기술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역사를 포함한 전 사회과 교과서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정부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통하여 독도기술을 강제한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검정과정의 ’지도‘를 통하여 검정신청본의 내용을 더 개악하기도 하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정부가 검정심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름이 명백하다.
두 번째로 이번 검정을 통과한 일부 교과서의 경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가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17세기에 일본의 영유권이 확립되고 2차대전 이후에도 영유권이 확인되었다는 주장인데, 이는 당시의 일본 문헌들에 의해 이미 거짓임이 밝혀진 내용들이다. 이 같은 틀린 내용을 교과서에 싣는 행위는 교과서를 정치도구로 전락시키는 위험한 행위이다.
셋째, 이미 2001년, 2005년, 2009년에 걸쳐 대표적인 역사왜곡 교과서로 낙인찍혔던 ‘위험한’교과서 지유샤판과 그 아류인 이쿠호샤판 교과서를 그대로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교과서가 기존의 역사왜곡을 그대로 유지하고, 독도와 관련한 영토문제를 강한 어조로 싣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들 교과서는 중국의 난징대학살 때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인정하지 않고 모호하게 처리하고 있다. 또한 위안부 기술을 없애고, 조선의 여성들이 공장 등으로 보내졌다고 기술함으로써 ‘위안부’ 동원의 진실을 은폐하고, 취업을 위해 스스로 나갔다는 인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1945년 4월부터 전개된 오키나와 전투와 관련해서는 당시 일본군에 의해 많은 현지인들이 집단자결 했던 사실을 은폐하고, 미군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것은 침략과 가해의 책임을 정면으로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넷째, 일본 스스로의 약속인 근린제국조항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이번의 검정에서 문부과학성은 1982년 교과서문제가 발생할 당시 사회과 교과서 검정기준의 하나로 일본정부 스스로 제시한 “근린 아시아국가들과 관련된 근현대 역사상을 다룰 때 국제이해와 국제협조의 견지에서 필요한 배려를 한다”는 ‘근린제국조항’을 정면으로 무시했다. 이 조항은 과거 일본이 아시아국가들에게 자행한 침략과 가해 행위에 대한 반성을 교과서 기술에 반영하기 위해 일본정부가 스스로 마련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에 대한 스스로의 약속과 책임을 방기하지 말기 바란다.
  2010년 6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일본측 해석만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의 다른 나라 출신 아이들과의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있지 않다”는 권고를 제출하였다. 지금까지 교과서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일본정부가 ‘근린제국조항’을 내세워 “근린국가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설명해온 것과는 모순된 현 상황을 유엔이 지적한 것이다. 또한 근린제국조항에 대한 무시는 일본의 무라야마 담화, 한일파트너쉽공동선언, 간 나오토 담화 등 일본 정부 책임자들의 사과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다.
다섯째 이번 검정 결과 지유샤판 교과서와 이쿠호샤판 교과서의 내용이 개악되었음에도 정부가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출판사는 각각 공민과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고 있다. 두 교과서는 새역모의 교과서가 2005년 교과서 채택에서 참패한 후 그 책임을 둘러싸고 일어난 분열의 결과 출현한 태생이 같은 쌍둥이 교과서이다. 두 교과서는 개악된 신교육기본법과 신학습지도요령을 가장 잘 반영하고 영토교육을 확실히 한다면서 국가주의와 애국주의, 영토 내셔널리즘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유샤판 교과서는 2009년 검정과정에서 516곳의 오류를 지적받을 정도로 엉터리 교과서이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두 개의 교과서가 올해 또 다시 검정을 통과한 것에 한중일 시민단체들은 분노를 금치 못한다.
최근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일본시민을 돕기 위해 한중일 시민이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문부과학성이 우익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킨 것은 동아시아의 우호 관계를 해치는 일일 뿐 아니라, 평화로운 동아시아공동체를 목표로 표방하고 있는 자신들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매우 불행한 일이다.
현재 우리의 시대는 국가주의와 애국주의가 아닌 공생과 공존, 상호이해를 통해 글로벌 인간을 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교육당국의 역사왜곡은 시대적 부름에 역행하는 일이며, 식민지 지배로 인해 고통 받았던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는 행위이다. 이에 한중일 시민들은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가 일본 학교 현장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연대하여 끝까지 막아낼 것을 결의하며, 일본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1. 일본정부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서술 규정을 삭제하라!
1. 일본정부는 일본교과서의 독도기술 삭제하라!
1. 일본정부는 침략전쟁 찬양하는 역사왜곡 중단하라!
1. 일본정부는 식민지배 미화하는 역사교과서 기술을 수정하라!
1. 일본정부는 난징대학살, 오키나와 ‘집단자결’,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제대로 기록하고 교육하라!
1. 일본 정부는 지유샤판, 이쿠호샤판 교과서 검정 합격을 즉각 철회하라!

2011년 3월 30일


한국: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역사문제연구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기독여민회, 기업은행노동조합, 기장여신도회, 나눔의 집, 대일역사왜곡시정촉구범국민위원회, 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 독도유인도화국민운동본부, 동북아평화연대, 문화연대, 미쓰비시중공업한국인징용자재판지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민족화합운동연합(민화련), 서울YMCA, 서울일본인교회, 아시아기독교여성문화연구원, 역사학연구소, 예장전국여교역자협의회,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장준하기념사업회,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전국전력노동조합, 전국철거민협의회중앙회,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전주기독살림여성회, 제주 4.3연구소,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참여연대, 천주교여성공동체, 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태평양전쟁한국인희생자유족회, 태평양전쟁희생자보상추진협의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시민연대, 한국교원노동조합,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국임, 총학생회연합,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불교환경교육원,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연극협회, 한국청년연합회(KYC), 학술단체협의회, 흥사단, KNCC여성위원회,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상, 63개 단체)

일본: 아이들에게 주지마 위험한 교과서 오사카모임, 교과서문제를 생각하는 시민네트워크·히로시마, 에히메교과서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중국: 중국대일배상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