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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40호 (2018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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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11-23 조회수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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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올여름 한반도는 111년만이라는 폭염에 휩싸였다. 뒤를 이은 태풍과 폭우는 기다리던 연내 종전 선언 소식보다 어쩌면 지구 멸망이 빠를지도 모르겠다는 망상을 불러일으켰다. 평양 선언과 군사합의 비준 절차를 둘러싸고, 북한이 국가이냐 아니냐 하는 해묵은 논쟁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전개되니 더욱 꼬이기만 한다.

 

대학은 보다 직접적인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대학 살생부라고도 불린 8월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평가 결과, 4년제 대학 중에서는 대개 비수도권 대학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대학평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규모 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당장 정원을 감축해야 하거나 재정 지원까지 제한받게 되는 일부 대학들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구조조정을 할 태세이다. 구조조정 방식은 창의융합이라는 명목의 모집 단위 통폐합, 전임교원정규직원 최소화 및 임금 삭감, 교원 책임강의 시수증가, 대형온라인 강의 확대, 전공학점 축소, 강사 해고 등등, 비용을 줄이고 교육 연구의 질도 같이 떨어뜨리는 익숙한 수단들이다. 한편, 20191월에는 이미 몇 차례 유예된 강사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2010년 모 비수도권 대학 강사의 죽음을 계기로 마련되었던 강사법은 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1년 단위의 계약을 통해 방학 동안에도 급여를 보장한다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학교들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강사들은 대규모 해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다년간 시행되지 못했다. 그 와중에 대학은 강의전담 교수 등의 새로운 자리들을 만들어내며, 강사법에 대처할 수 있는 합법적인 꼼수들을 마련했다.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처음으로 대학강사 대표 합의안에 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러한 변화도 있었겠지만, 재정 부담은 여전히 각 학교가 강사법 시행에 반대하고 각종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데 동원하는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명목이다. 최후의 1인이 살아남을 때까지 계속되는 무한경쟁의 굴레에 빠지지 않으면서, 대학을 상품화하고 대학교육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대처할 수 있는 길은 어디 있을까.

 

연구자들의 공동연구와 연구성과의 환원을 추구하는 『역사문제연구』의 기본 방침이 대학 밖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의 하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문제연구』 40호에는 두 가지 공동연구의 성과들을 특집으로 수록하였다. 첫 번째 특집은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1980년대 세미나팀의 ‘1980년대 한국사회의 역동성 톺아보기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간행 시도에 만인이 만 가지 색으로 저항하라라는 모토로 저항하며 결성된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사를 다양하고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공동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특집에서는 아직 역사학계의 연구 범위에 안착하지 못한 1980년대를 대상으로 삼아, 그 시대 복잡한 주체들 사이의 경합, 갈등, 봉합 등 사회적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당대 사회의 역동성을 재해석하거나 기존 시각을 확장하려 한 3편의 논문들을 수록하였다. 유정환의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부의 사회정화사업 시행과 지역감시체계 재편」, 문민기의 「1980년대 한국대자본의 중국 경제교류 배경과 인식」, 정무용의 「1980년대 초 야간통행금지 해제 직후의 풍속도」가 그것이다. 보다 자세한 기획의도에 대해서는 특집 앞의 소개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두 번째 특집은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젠더연구팀의 감정 (다시) 읽기역사적 감정, 일상, 그리고 젠더의 문화정치학이다. 이 연구팀 역시 한국 역사학계에서는 아직 새로운 감정을 역사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개인이나 집단의 감정과 그것의 문화적 실천이 일상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인식하에,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의해 생산재생산되는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 그리고 저항과 변화가 일어나는 일상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김은경의 「미군 위안부의 약물 중독과 우울」, 허윤의 「여대생소설에 나타난 감정의 절대화」, 김청강의 「좌절하는 남자다움’」 3편의 논문이 수록되었다. 기획의도에 대해서는 역시 특집 앞의 소개글을 참조하기 바라며, 특집의 시도들이 널리 관심을 촉발시키기를 희망한다.

저작비평회에서 다룬 이은희의 설탕, 근대의 혁명도 설탕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통해서 개항 이후 한국 사회의 세계화, 근대화, 산업화, 일상의 변화를 아울러 구명하려 한 새로운 시도이다. 한국사이면서 세계사이고, 경제사이면서 사회문화사이기도 한 학문 분야의 벽을 허무는 저작을 논평하기 위해서 역사학과 사회학, 한국사와 동아시아사를 전공하신 선생님들이 모였다. 설탕 소비의 대중화, 민족계층별 차이와 문화 혼종성, 현재의 백종원 현상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태풍을 뚫고 자리를 함께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일반 연구논문으로는 4편의 논문이 실렸다. 양정필의 「근대 개성 공씨가의 삼포 경영과 자본 전환」, 예지숙의 「1910년대 조선총독부 구제관의 특징과 구제사업의 전개」, 곽민지의 「사회교육을 통한 국민교육헌장의 이념 보급」, 최광승의 「창조된 문화유적경주 통일전」이다. 미리 기획한 것도 아니건만, 식민지기를 다룬 앞의 두 편은 자본 축적과 빈곤의 문제를, 현대를 다룬 뒤의 두 편은 박정희 정권기의 국민교육 이데올로기를 각각 다루고 있다. 쌍을 이루는 두 논문의 시각을 서로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대학과 학문에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자고 말하면서도, 『역사문제연구』2018년 학술지로서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과제를 클리어 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에서 등재학술지 등급을 유지한 것, 그리고 다음 41(20194월호)부터 온라인 투고 및 심사 시스템(JAMS)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감점을 감수하더라도 학술지의 젊은 기획력을 유지함으로써 학계의 상호 소통과 재생산에 기여하고, 투고 마감일을 공개 연장함으로써 안팎의 연구자들에게 공평한 투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소소하지만 상생의 시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행사일마다 날씨가 따라주지 않는 부덕한 편집위원장이지만, 든든한 편집위원 분들 덕분에 이번 호도 큰 탈 없이 간행될 수 있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역사문제연구가 앞으로도 다른 연구자 또는 일반 독자들에게 든든하고 유익한 소통의 장으로 인식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정선)

 

목차

특집 1 : 1980년대 한국사회의 역동성 톺아보기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부의 사회정화사업 시행과 지역감시체계 재편 - 지역정화위원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 유정환

1980년대 한국 대자본의 중국 경제교류 배경과 인식 / 문민기

1980년대 초 야간통행금지 해제 직후의 풍속도 / 정무용

 

특집 2 : 감정 (다시) 읽기 : 역사적 감정, 일상, 그리고 젠더의 문화정치학

미군 위안부의 약물 중독과 우울, 그리고 자살 - ‘위안하는 주체의 ()일상과 정동 정치 / 김은경

여대생소설에 나타난 감정의 절대화 - 최희숙, 박계형, 신희수를 중심으로 / 허윤

좌절하는 남자다움섹스영화, 임포텐스, 그리고 치료 담론(19671972) / 김청강

 

저작비평회

한국 근현대사에서 설탕은 무엇이었나

- 이은희, 『설탕, 근대의 혁명한국 설탕산업과 소비의 역사』(지식산업사, 2018)

 

연구논문

근대 개성 공씨가(孔氏家)의 삼포 경영과 자본 전환 / 양정필

1910년대 조선총독부 구제관의 특징과 구제사업의 전개 / 예지숙

사회교육을 통한 국민교육헌장의 이념 보급(19681972) / 곽민지

창조된 문화유적경주 통일전(統一殿) - 유신을 위한 국민교육도장 / 최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