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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43호 (2020년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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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6-17 조회수 :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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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머리에

 

잔인했던 봄이 지나가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봄비는 늘 세월호의 기억과 함께 내렸다. 올해는 2월 중순 이후 한국에서도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거나 적어도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 평범한 일상을 포기했다. 3월에는 역사문제연구소의 큰 어른이신 이이화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 따뜻해야 할 늦봄까지도 추위는 매서웠다.

코로나19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생각할 거리들을 안겨주었다. 감염병의 매개체로 간주된 중국인(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을 위한 공공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 감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 사람과 물자의 국내외 이동 또는 통제, 인간이 활동을 자제하니 나타난 동물들과 사라진 미세먼지 등등. 사람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기억해야 할 장면들이다.

학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즉각 비대면 온라인 강의가 도입되었다. 대학, 선생님, 학생 모두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온라인 강의에 던져졌다. 2주면 끝나리라 예상했던 온라인 강의가 한 달, 두 달, 혹은 한 학기 전체로 연장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의 질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선생님들도 강의계획을 수정하고 영상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사비로 구매하는 등 대면 강의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온라인 수업이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한 것처럼 보일지언정, 온라인 수업은 결코 대면 수업의 손쉬운 대체재가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대면 수업이 기본임을 모두 통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온라인 모임이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도 절감했다. 내 경우, 서울에서 열렸을 행사나 회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2~3시간 모임을 위해 길에서 허비해야 했던 서울·광주 왕복 6시간, 교통비 10만원,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단순히 기존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낡음을 버리고 새로움으로 내달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된 지금 시점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역사문제연구』 43호의 특집과 기획에 실린 논문들은 한국 근현대 신문·잡지를 기본 자료로 활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연구방법을 취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특집 근대전환기 미디어의 조선 역사·문화론은 연세대학교 근대한국학연구소 HK+사업단의 연구결과물이다. 1896~1910년 발간 신문·잡지에 실린 조선 역사·문화 관련 기사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빅데이터)를 구축한 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양적 연구방법을 사용했다. 홍정완은 「근대전환기 한국학 지형 다시 읽기」에서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소개하고, 조선 역사·문화 관련 기사가 대외항쟁의 역사 또는 조선 후기 실학을 중심으로 증가했음을 밝혔다. 심희찬의 「근대전환기 신문·잡지 역사 관련 기사 데이터베이스 검토」는 역사(한국사)를 각 신문·잡지가 어떻게 서술했는지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기타 잡지들을 비교했고, 조형열의 「『황성신문』이 주목한 조선의 역사문화」는 『황성신문』에 실린 조선 역사·문화 기사의 연도별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장지연, 박은식, 신채호 등 주요 필자의 영향력이 두드러진다. 정유경은 「텍스트의 계량 분석을 활용한 근대전환기 신문의 시계열적 주제 분석법」에서 『황성신문』 논설에 구조적 토픽 모델링과 공기어 네트워크 분석 방법을 적용해 주요 주제(토픽)의 연도별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반면 기획인 ‘『서울신문』으로 읽는 1950년대는 역사문제연구소 1950년대 연구반이 4년에 걸쳐 『서울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한 후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해서 쓴 논문들이다. 『서울신문』은 남은 기록이 많지 않은 이승만 정부와 자유당의 논리와 시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다른 자료들과 함께 분석함으로써 1950년대의 사회·정치·경제상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1950년대 연구반은 ‘『서울신문』으로 읽는 1950년대로 워크숍(2020.3.6.)을 개최했고, 『역사문제연구』 43호 기획에는 이때의 발표논문 중 2편이 게재되었다. 이동원의 「1950년대 한국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기술 도입과 냉전적 변용」은 원자력 기술 도입을 둘러싸고 다양한 욕망들이 표출되었음에도 전술핵무기 도입의 마중물로 귀결되었음을 분석하였다. 김수향의 「1950년대 후반 이승만 정권의 농업정책과 그 한계」는 이승만 정권이 미곡담보융자제도와 농촌고리채정리안을 마련했음에도 주요 지지층인 농촌이 몰락해갔음을 분석했다. 특집과 기획을 함께 읽으며 전통적인 질적 연구방법과 새로운 양적 연구방법의 특징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문제의식과 연구대상에 맞는 연구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의 대대적 확산 직후였던 2020220일에 진행된 저작비평회는 아직까지도 역사문제연구소의 마지막 일반공개 오프라인 행사로 남아 있다. 취소와 단행의 고민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정영환의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독립으로 가는 험난한 길을 읽고 참석해주셨다. 정영환 선생님은 서울대 집중강의 후 누적된 피로에도 불구하고, 재일조선인 문제사가 아닌 재일조선인을 주체로 한 재일조선인을 위한 역사서술, 정책사와 운동사·민중사의 종합적 이해, 한국과 일본의 국경을 넘는 역사, 해방 공간에서 반공주의와 식민주의의 관계 등등의 문제의식을 열정적으로 토로했다. 김아람 선생님의 매끄러운 진행 속에, 정계향, 하종문, 홍정완 선생님도 각각 재일조선인사, 일본사, 한국사의 관점에서 흥미롭고 중요한 토론을 이어주셨다. 사회적 재난을 뚫고 함께해주신 선생님들과 참석자 분들께 다시금 감사 인사를 드린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도 많은 일반논문이 투고되어, 『역사문제연구』 편집위원회는 심사 통과된 논문을 다음 호로 이월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행복한 고민을 했다. 43호에는 홍문기의 「갑오개혁 이후 중추원의 변화와 중추원=언관(言官)’ 논리의 등장」, 남기현의 「토지조사령에 규정된 사정과 소유권 확정의 차이」, 백선례의 「전시체제기 전염병 예방접종의 강화」, 이정민의 「함흥 전후복구사업을 통해 본 북한-동독 관계」, 유경순의 「1980년대 여성평우회의 기층여성 중심의 활동과 여성운동의 방향 논쟁」, 5편이 수록되었다. 개별논문 소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하지만, 연구 시기가 189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고르게 포괄된 점은 기쁘게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통상 4월호에 수록한 역사문제연구소 정기심포지엄 특집이 43호에 실리지 못한 것이다. 2019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정기심포지엄 만세후의 시대-3·1운동 이후의 융화와 불화는 『역사문제연구』의 지면과 필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다음 44호로 이월되었다. 기대하셨을 독자분들께는 죄송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 2020년에는 또 1950년 한국전쟁, 19604·19,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19805·18 등 한국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기념하는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다소 소략해진 상반기 행사들이 아쉬운 만큼, 하반기에는 더욱 따뜻하고 치열하게 함께 마주 앉아 이야기할 자리가 많길 기대한다. (이정선)

 

목차

 

특집: 근대전환기 미디어의 조선 역사 · 문화론

홍정완, 「근대전환기 한국학 지형 다시 읽기 신문 · 잡지의 한국 역사 · 문화 관련 텍스트 계량 분석을 중심으로」

심희찬, 「근대전환기 신문 · 잡지의 역사 관련 기사 데이터베이스 검토 - ‘한국사서술의 변화 양상을 중심으로」

조형열, 「『황성신문』이 주목한 조선의 역사문화 관심 소재의 정량적 · 시계열적 분석을 통한 조선연구의 기반 검토」

정유경, 「텍스트의 계량 분석을 활용한 근대전환기 신문의 시계열적 주제 분석법 - 『황성신문』 논설을 대상으로」

 

기획: 『서울신문』으로 읽는 1950년대

이동원, 「1950년대 한국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기술 도입과 냉전적 변용」

김수향, 「1950년대 후반 이승만 정권의 농업정책과 그 한계」

 

저작비평회

재일조선인 역사의 다층적 해석

정영환, 『해방공간의 재일조선인사 - ‘독립으로 가는 험난한 길』(푸른역사, 2019)

저자: 정영환

사회: 김아람

토론: 정계향, 하종문, 홍정완

 

연구논문

홍문기, 「갑오개혁 이후 중추원의 변화와 중추원=언관(言官)’ 논리의 등장」

남기현, 「토지조사령에 규정된 사정과 소유권 확정의 차이」

백선례, 「전시체제기 전염병 예방접종의 강화 장티푸스를 중심으로」

이정민, 「함흥 전후복구사업을 통해 본 북한-동독 관계」

유경순, 「1980년대 여성평우회의 기층여성 중심의 활동과 여성운동의 방향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