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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

『역사비평』 통권135호 /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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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6-01 조회수 : 3,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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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지어 사태에 임하여 다시 묻는 역사의 효용

과거의 기억과 재현은 현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램지어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올해 세계적 차원에서 학계와 시민운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부정론이라는 이 명백한 역사의 오용에 대응했다. 많은 학자들이 그 주장의 허구성을 학문적으로 입증하고 불순한 의도를 반박하였으며, 시민운동에서도 비판하는 성명을 많이 발표했다. 이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램지어 사태와 역사부정론>을 기획했다. 김창록은 램지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학문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또 이런 주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논점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김지민은 미국의 시민사회가 위안부문제를 현재의 여성, 인권 문제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과정을 분석하면서, ‘위안부운동과 학계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면서 진실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는지 살펴보았다.

 

5·16쿠데타 60년 특집

: 군정기 군사정부의 정책과 한국 사회

이번 특집의 주제는 19615월 쿠데타 직후부터 196312월 민정이양까지 약 2년 반 동안 한국을 지배했던 군사정부와 그 정책에 대한 것이다. 쿠데타 세력이 무력으로 권력을 탈취하여 헌법을 유린하고 직접 통치했던 군사정부 시기, 즉 군정기는 1960년대 초 당시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쿠데타 주도 세력의 즉자적인 대응이 이루어진 시기이자, 이후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지속적으로 수행한 각종 정책의 원형이 등장하고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서 변용을 겪었던 시기였다. 따라서 5·16쿠데타 직후 군사정부가 추진한 각종 정책을 살펴보는 연구는 5·16쿠데타의 지향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1960~70년대 한국 사회의 방향과 모습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도민, 이정은, 김수향, 조민지, 이재석 등 필진은 외교, 경제, 농업, 젠더,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쿠데타 세력의 정책 입안과 굴절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했다.

이상 5편의 논문은 내용적으로 공통된 지점을 갖고 있다. 즉 군사정부는 쿠데타 직후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전 정부가 추진하지 못한, 혹은 이전 정부와는 차별적인 정책들을 신속하게 또 과감하게 추진하였지만, 애당초 정책적 철학, 숙고, 능력 등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들 정책은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용되어 이후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 시기로 이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5·16쿠데타를 근대화 혁명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쿠데타 세력이 군정기 내내 보여준 모습에서 어떤 정책적 청사진이자 일관된 지향 및 논리를 발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군정기 이후 1960~70년대에 지속하는 정책적 영향 역시 쿠데타의 산물이라기보다 쿠데타 이후 혼란과 시행착오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세종 시대의 재조명

세종 성군 논란을 넘어 세종 시대의 역사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읽다

장기연재 세종 시대의 재조명첫 논문인 정다함의 글은 세종 시대에 대한 이영훈의 뉴라이트적 해석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이영훈이 제시한 실증의 오류들을 꼼꼼히 드러내고, 식민주의와 근대지상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존 역사학계의 민족주의, 실증주의적 한계 또한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앞으로도 비판적이고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논문들이 계속 실릴 것이다.

 

테러리스트가 된 밀정

염동진과 해방 후 테러 조직 백의사의 정체를 추적하다

정병준은 1995년 『여운형 평전』을 쓴 이래 염동진의 행적을 추적해왔거니와, 끈질긴 추적과 사료 발굴을 통해 염동진의 일제 말 행적과 해방 이후 활동, 김혁의 암살에 감춰진 진실을 밝혔다. 염동진은 해방 후 극우 테러 조직 백의사를 조직한 인물이다. 그는 낙양군관학교 한인특별반 출신으로 독립운동 진영과 관련을 맺고 있었다. 19363월 관동군 통화현 산성진헌병대에 체포되어 밀정이 되었으며, 19443월까지 8년 이상 통화헌병대 본부의 직업적 밀정으로 일하면서 통화헌병대 본부 밀정으로서 19406월부터 19443월까지 총 2,418원의 특무비를 수령했다. 염동진은 장기적, 직업적인 밀정으로 만주 통화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했다. 해방 전 평양으로 돌아온 염동진은 해방 직후 평양에서 평남 인민정치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온건 공산주의자였던 현준혁을 암살(1945. 9. 3)했다. 월남한 염동진은 194511월경 서울에서 극우 테러 조직 백의사를 조직했다. 그리고 자신의 관동군 헌병대 밀정 경력을 정확히 알고 이를 비판하던 독립투사 김혁을 암살함으로써 자신의 밀정 행적을 감추는 데 성공했다. 김구특무대, 낙양군관학교 한인특별반에 몸담았던 경력은 염동진에게 중요한 위장의 명분을 제공했다. 염동진은 독립운동가 출신 반공투사로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 암살된 독립운동가 김혁과 그 암살의 진상은 역사에 묻혔다.

 

차례

책머리에: 역사의 효용 / 이기훈

특집 5·16쿠데타 60: 군사정부(1961~63) 정책으로 본 5·16쿠데타

특집을 소개하며: 5·16 군사정부와 그 정책들 / 오제연

1961~1963년 군사정부의 중립국 외교의 전개와 성격 / 김도민

군사정부, 부정축재 대자본가들을 만나다 / 이정은

5·16 군사정권기 중농 정책다시 보기농어촌 고리채 정리법과 농산물 가격유지법을 중심으로 / 김수향

5·16 쿠데타와 서비스의 젠더정치 / 조민지

군정기(1961~63) 언론 정책과 통치정화, 검열, 기업화 / 이재석

기획: 램지어 사태와 역사부정론

램지어 사태일본군위안부부정론의 추가 사례 / 김창록

미국 시민사회의 일본군위안부문제 인식과 램지어 논문을 둘러싼 논란 / 김지민

장기연재: 세종 시대의 재조명

연재를 시작하며

세종 성군 논란을 통해 본 뉴라이트 역사인식의 확산과 한국사 연구의 탈식민문제 / 정다함

연재기획: 현대 중국의 공간과 이동

청쿤철로와 철도병 / 박철현

기고: 남북을 휩쓴 테러조직 백의사 연구

관동군 밀정 염동진과 독립투사 김혁낙양군관학교 동기생의 엇갈린 운명과 백의사의 기원 / 정병준

역비논단 과거청산에 대한 이론적 탐구이해와 치유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 전진성

1980년대 중·고등학생 교복 자율화조치의 시행 / 정무용

냉전기 한국 가발공의 탄생(1963~1970) / 이은희

제인 애덤스(Jane Addams)의 민주주의 인식과 실천 / 김진아

서평논문 사대부가 주도하는 사회로서의 조선시대사 / 정재훈

서평 그들의 자랑스러운역사 뒤집어 읽기―『조선·동아일보의 탄생언론에서 기업으로』(장신, 역사비평사, 2021) / 이혜인

차별을 입증하다―『식민지 민족차별의 일상사』(정연태, 푸른역사, 2021) / 이기훈

이중과제로 본 현대중국 백 년의 변혁―『중국 현대사를 만든 세 가지 사건(백영서, 창비, 2021) / 이남주

우리는 금문이라는 섬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냉전의 섬, 전선의 금문도』(마이클 스조니 저, 김민환·정영신 공역, 진인진, 2020) / 김봉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