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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통권144호 / 202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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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9-04 조회수 :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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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70주년, 전쟁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사회사적 시도

민족, 국가, 체제 중심을 벗어나 다양한 계층,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다

남북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꽉 막혀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힘에 의한 능동적 평화를 내세우며 선제타격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민주적, 진보적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사실상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간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경축사는 그 정점에 있다. 여러 번의 남북정상회담 및 중요 합의를 거치며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평화의 기틀이 무너지고 한반도에는 다시 과거와 같은 긴장이 엄습하고 있다.

분단시대의 모순이 최절정에 달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우리는 이미 그 경험을 한 바 있으며, 2023년은 전쟁이 잠시 멈춘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6·25 정전 70주년과 한반도의 사회사: 전후 북한의 삶과 평화통일의 미래 비전이라는 주제로 특집 논문 4편을 실었다. 그동안 민족, 국가, 체제 중심으로 다루어진 전쟁 연구를 확장시켜, 전후 다양한 계층, 집단, 개인들의 삶을 사회사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시도다.

먼저 유임하는 북한 인민들의 생활세계와 삶의 공통감각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문학예술이 정전 이후 전후복구라는 현실과 인민을 어떻게 재현했는지 그 사회문화적 함의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하신애는 정전 이후 북한의 월간 종합문예지 조선문학에 수록되었던 기행문·번역문학을 분석함으로써, 북한-동유럽 간 문화교류를 고찰하고 나아가 한반도 문화교류의 궤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했다. 한성훈은 해방 이후부터 전쟁 때까지 이북에서 남한으로 와서 한동안 정착한 후 남미로 다시 이주한 이산가족의 서사 및 그들의 가족 찾기를 다루고, 분단사회를 인식하는 관점에서 이산가족들이 자신을 껴안은 방식을 해석하였다. 끝으로 이세영은 감옥에서의 비인간적인 고문과 폭력을 견디지 못해 강제전향한 장기수들을 통해, 20세기 한반도 내 폭력 구조의 틈새에서 역동한 주체들의 복잡다단한 역사상을 복원하고자 했다.

 

 

공간과 이동을 통해 보는 현대 중국의 역사

908공장에서 809공장으로, 다시 고급 리조트로

역사비평가을호는 정전 70주년 특집 외에도 몇 가지 별도의 기획을 마련했다. 우선 연재기획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대 중국의 공간과 이동의 다섯 번째 논문을 실었다. 작년 겨울호 이후 오랜만에 실린 이번 연재 글에서 박철현은 ‘809리조트의 전신인 ‘809공장의 사례를 통해, 중국 건국 초기 공산당과 국가가 각종 제도와 공간을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노동자계급을 창출하는 과정과 이들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다른 지역으로 강제로 이전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아울러 ‘809공장이 공업유산에 포함되어 고급 리조트이자 국제 예술촌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시기 중국의 모빌리티와 공간의 특징을 밝히고, 개혁기 시장경제를 배경으로 도시정부가 추진한 도시재생을 살펴보았다.

 

 

20세기 동아시아 농어업과 사회-생태 물질대사

근대 이후를 위한 또 하나의 모색을 시작하며

이 기획은 물질적, 생태적 한계로 지구의 구성원 모두가 근대적 풍요를 누릴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그동안 추구되었던 개발혹은 발전이라는 관념이 더 거센 비판을 받는 오늘날, ‘근대 이후에 대한 고민 속에서 그동안 근대가 비가시화하고 평가절하한 동아시아의 농어업과 먹거리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이번 호에 실린 첫 번째 논문에서 문지호는 1950년대 중국의 고무나무 플랜테이션 사업을 추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과학자, 그중에서도 농업기상학자들에 초점을 맞춰, 과학기술적 전문성이 발휘되고 실천되는 지점이 바로 하이 모더니즘의 단순화실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고, 하이 모더니즘의 이데올로기와 실천에서 쉽게 봉합되지 않는 균열점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 기획은 앞으로도 몇 호에 걸쳐 계속 이어질 예정인 만큼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것

통계와 구술로 살펴보는 인문·사회 계열 박사과정의 오늘

송경호와 김현은 박사과정생 대상 설문조사 및 통계에 기초한 양적 연구를 통해, 오늘날 한국의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들이 처한 현실을 분석하고 향후 과제를 도출하였다. 박민철은 박사과정생 대상 구술 인터뷰에 기초한 질적 연구를 통해,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들이 갖고 있는 자기 인식을 드러내고 현재의 문제점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였다. 흔히 학문후속세대라 불리는 젊은 연구자들의 문제를 다룬 이 기획은 그동안 역사비평에 실린 글들과 결이 많이 다르다. 앞으로 역사비평은 이 같이 현실에 밀착하고 대중적이며 젊은 층의 고민을 담은 글을 더 적극적으로 담아낼 생각이다.

 

 

차례

 

[책머리에] ·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 오제연

[시론] · 역사는 이상의 현실화 과정이다강만길 역사학의 치열한낙관주의 / 정태헌

[특집] 6·25 정전 70주년과 한반도의 사회사: 전후 북한의 삶과 평화통일의 미래 비전

· 정전(停戰) 이후 북한 사회의 일상문학예술 속 전후복구 현실과 인민 / 유임하

· 정전 이후 북한-동유럽 문화교류와 세계문학 네트워크폴란드·체코·불가리아·루마니아 기행문 및 번역문학을 중심으로 / 하신애

· 남미 지역 해외 이산가족의 서사존재의 가능성으로서 시공간과 의미의 재구성 / 한성훈

· 낯선 시간과 장소에서 생존하기장기구금 양심수들의 출소 이후 남한 사회 정착과 활동 / 이세영

[연재기획] 현대 중국의 공간과 이동

· 군사화학공장에서 고급 리조트로‘809공장의 모빌리티와 공간 / 박철현

[기획 1] 20세기 동아시아 농어업과 사회-생태 물질대사

· 마오쩌둥 시대 초기 과학적환경 개조관의 부상1950년대 고무나무 냉해의 농업기상학적 해결 / 문지호

[기획 2]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것

· 한국 대학원 인문·사회 계열 박사과정생의 현실연구 환경, 연구자 네트워크, 연구자 정체성과 연구 능력 / 송경호·김현

· 한국에서 박사과정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 박민철

[역비논단] · 세종대 경제정책의 연속성과 국가경제의 창출 / 이민우

· 과학으로 동아시아 넘나들기누에 유전학자 계응상의 연구 역정 / 김근배

· 1956년 파라치온 집단중독 사건과 농약관리법의 제정 / 정준호

· 6·3사태 이후 광장정치의 봉쇄GIS기반 1960년대 서울 지역 민주화운동의 공간적 특성 변화 분석 / 권혁은

[서평] · 이주지식인으로 고대 동아시아를 관통하다―『백제의 이주지식인과 동아시아 세계』(김영심, 지식산업사, 2022) / 박윤선

· 근대적 서구 지식의 기원과 연쇄―『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서양 학술용어 번역과 근대어의 탄생』(야마모토 다카마쓰 지음, 지비원 옮김, 메멘토, 2023) / 김미연

· 흑인운동의 역사에 대한 힙합 음악의 자기 반영성―『검은 턴테이블 위의 영혼들』(박형주, 나름북스, 2022) / 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