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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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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4-29 조회수 :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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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 53호 발간 안내

 

특집 한국적 관점에서 본 발전의 지구사

이준희 | 상업노동자의 봉사성을 제고하라 : 1950년대 북한 상업 정책의 후진담론

박정근 | 1956~1963년 한국 언론과 정계의 이집트 혁명 인식과 전유

최혜린 | 1950~60년대 한국생산성본부의 활동과 국제 기술원조

권혁은 | 반공과 발전: 1950-70년대 유선전화 근대화와 113 간첩 신고 전화

 

연구논문

모리타 가즈키 | ‘돌아온 탕자’: 수기를 통해서 본 탈영의 정치성과 군 당국의 -정치적 상징성전략

박아름 | 냉전의 주변부 : 1986년 북한과 동독의 정상회담 연구

 

서평

노성룡 | 민중의 실천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아시아민중사연구회, 『민중사의 지평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본다』(선인, 2023)

 

번역원고

심아정 | 오오타 마사쿠니(太田昌国),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무엇이었나(アジア反日武装戦線とはであったか)(현대 비즈니스/現代ビズニス)

 

저작비평회

DMZ의 역사 한반도 정전체제와 비무장지대

저작 : 한모니까, 『DMZ의 역사 한반도 정전체제와 비무장지대』 (돌베개, 2023)

사회 : 한봉석

토론 : 김지형, 이현진, 최철영

후원 : 돌베개

 

<책머리에>

 

20244월은 총선이 있는 달이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비선실세 정국을 거치면서, 저개발국 민주주의가 겪을 수 있었던 다채로운 장면은 모두 목도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의 예견이란 참으로 쓸데없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한 OTT 채널의 드라마에서는 물리학이 세계의 위기를 예견하고, 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인문학 전체의 지반이, 그리고 한국 전체 대학이 글로컬이라는 이름 하에 흔들리고 있는 지금, 새삼 물리학도가 부러운 순간이었다. 물론 현실은 드라마를 넘어선다. 드라마에선 지구의 물리학을 괴멸시키기 위해 4광년 떨어진 곳에서 양자 컴퓨터를 보내거나, 400년에 걸쳐 지구로 침공하는 대대적인 스케일의 설정을 도입 했다. 그러나 지난 해 한국에선 그냥 학술 예산 전체를 삭감하였다. 물리학도는 이미 지구를 지킬 수 없다. 인문학도는 월세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지구는 둘째치고, 3차원에서 존재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에서 한국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그것 또한 먼 훗날 역사가의 한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심상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이번호 <역사문제연구>는 전 논문이 1960년대 이후를 다루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 한국현대사의 교육적 범위는 19876월 항쟁까지였다. 이 서사 속에서 한국현대사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발전과 진보의 역사로 그려졌다. 그러나 1997년과 2008년의 경제 및 금융위기, 심지어 한국 공동체의 재생산 위기까지 닥친 지금, 역사가 더 이상 진보로 읽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호 연구들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기존 1987년이 제시했던 역사관에 균열을 내보려는 시도들의 집합이다. 이번호 특집은 발전주의를 넘어서는 한국사 독해를, 일반 논문 2편 역시 1970-80년대의 개인의 심상과 냉전 주변부의 정동을 읽고자 했다. 서평으로 수록된 단행본과 운좋게 수록한 번역문까지, 발전과 구조가 아닌 개인의 모색들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호는 제법 읽는 재미가 있는 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특집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번호 특집은 202311월 역사문제연구소 정기심포지엄의 결과를 일부 엮은 것이다. 본 심포지엄은 기존 한국현대사의 과거사 해석이 주로 발전주의적 시선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인식아래 진행된 1년간의 연구를 결산한 것이다. 그 취지와 내용에 대해서는 심포지엄을 이끌었던 권혁은의 소개글이 간단한 연구사 정리를 포함해 잘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본 호에 수록된 논문은 총 4편이다. 먼저 김준희의 글은 1950년대 북한의 일상 속에서, 후진성 극복이 결국 발전을 위한 촉매로 이용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흔히 자본주의적 요소로 주목되었던 상업 노동자의 친절한 태도가, ‘봉사성이라는 이름 하에 재주목되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발전된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을 닮아가는 것이라는 담론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박정근은 1950년대 한국 지식인들의 발전상에서 종종 참조되던 나세르의 이집트 혁명에 대한 인식이 상호간의 정세변동에 따라 시기적으로 변화하였음을 추적하였다. 이를 통해 종래 튀르키예 혁명을 모델로 삼았던 5·16 쿠데타 세력이 다시 이집트의 경우에 주목하게 된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저개발국의 발전에서 독재라는 문제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최혜린은 1950-60년대 미국식 발전주의 프로젝트가 한국과 접목되었던 순간을 기술원조의 차원, 즉 한국생산성 본부의 활동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는 특히 1960년대 한국정부, 한국생산성본부, 그리고 유솜과의 관계에 주목함으로써, 여전히 연구가 미진한 이 시기 연구의 한 부분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권혁은의 논문은 독특한 발상이 엿보인다. 최근 리메이크되었던 <수사반장>의 원 주인공이 활약했던 최불암의 시대, 사회적으로 널리 주입되었던 간첩신고, ‘113 간첩신고의 운영을 발전의 맥락에서 살펴본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전화 기술의 발전 및 대중화가 반공과 결합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그는 실제 간첩의 유무와 무관하게 전화의 편리성이 결국 감시의 시선과 실천을 일상속에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기입하였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호 일반 논문은 2편이다. 이 논문들은 모두 냉전 하 주변부를 다뤘다. 먼저 모리타 가즈키는 국방부가 발간한 전우신문에 수록된 1970년대 초 탈영병 7인의 수기를 분석함으로써, 전환기 한국사를 분석하고자 했다. ‘돌아온 탕자라는 호명에 드러나듯이 탈영병 사건에 투영된 정권의 욕구, 개인의 욕망 등을 중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저자가 사회학 연구자이자, 한국에서 연구원 경험도 있는 관계로 일반적인 역사 논문과는 형식을 달리한다. 개별 탈영자의 사연을 충분하게 소개했기 때문에, 탈영병의 역사를 살펴봄에 있어 도움이 되리라 본다.

다음으로 박아름은 1986년 북한의 김일성과 동독의 호네커 회담을 살펴봄으로써, 냉전 주변부의 평화 시도를 발굴해내고자 하였다. 그는 구 동독 기밀해제 문서들의 적극적 활용을 촉구하며, 국사편찬위원회, 우드로윌슨센터의 소장 문서들을 활용해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북한과 동독이 대외채무 급증 등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한 점 등을 높이 평가하고자 하였다. 한국사에서 냉전사가 아직 1980년대 등을 미춰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북한과 동독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 등에서 새로운 이야기꺼리를 많이 제시하는 논문이라고 할 것이다.

이번 호 서평은 오랫동안 아껴뒀던 책이자,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의 세 번째 단행본 결과물인, 민중사의 지평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본다(2023.4)를 다뤘다. 민중사 연구자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롭게 사회경제사 신진 연구자인 노성룡 선생님의 목소리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깜짝 소개된 글은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생소한 일본의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에 대한 오오타 마사쿠니의 번역문이다. 이 글은 저자가 일본의 <현대 비즈니스>에 총 4회에 걸쳐 연재한 상당한 분량의 글인데, 심아정 선생님의 소개와 번역을 통해 본지에 수록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 글의 작성 배경은 2024년 초 오랫동안 도주해온 기리시마 사토시의 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관심이었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일본 내 연쇄기업폭파사건에 가담했던 인물로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에 가입해서 활동하였던 인물이었다. 저자는 이 단체의 참여인물과 사촌관계이기도 했으며, 정작 단체 자체에 대한 사회적 정보 및 관심이 적은 것 때문에, 이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글은 1970년대 들어 전공투 운동의 종식 등 일본 내 시민사회 운동이 사회적 지지를 상실한 이후 잔여로 남은 한 흐름에 대한 역사를 담담히 정리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일본의 우경화가 아닌 다른 형태의 균열의 한 양태를 깊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납작한 이해를 넘어, 전후 일본 시민사회의 균열을 독자들에게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2020년 국내에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다큐멘터리가 소개된 바도 있으므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힘든 번역을 맡아주신 심아정 선생님과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매의 눈을 지닌 편집위원 장원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은 지난 1월 연구소에서 마련되었던 한모니까의 저작, DMZ의 역사(2023.11)에 대한 저작비평회 기록을 수록하였다. 저작비평회에서는 남북관계사와 접경 지역에 대한 연구를 20여 년 넘게 진행해온 저자를 모시고, 역사, 정치, 국제법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 책의 현재적 의미를 논하였다. 악화된 남북관계의 역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냉전 하 남북의 접근을 불허했던 지역에서 재생되는 생태에 대한 고민 등 한 역사가의 오랜 성찰을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활자로 옮겼다.

사회 경제적으로도 어렵지만, 학문 그 자체에 대한 위협이 사방으로부터 도래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나아가는 연구자들간의 위로를 위해 한 호를 묶어냈으니, 아무쪼록 잘들 읽으시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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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장 한봉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