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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스크랩]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은 안녕한가? - 배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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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7-09 조회수 :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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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3 09:05 역문연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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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은 2013년 12월 22일,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본 글이 쓰여진 시점 이후이기에, 글 내용에는 '경찰들의 민주노총 불법공격 사건'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대한민국은 안녕한가?  

 

배경식(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

 

2013. 12. 20.

 

 

 

지금 대한민국은 안녕하지 못하다

 

 

20131210일 고려대 한 학생으로부터 시작된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 열풍이 뜨겁다. 대학을 넘어 초··고등학생, 직장인, 가정주부들도 대자보로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대에서 30, 40, 50대로 세대의 벽도 넘었다. 교수들도 동참했다. 18일에는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쓴 대자보 옆에 제자들이 안녕하지 못해 자신들도 안녕하지 못하다고 쓴 대자보가 붙었다. 파업 중인 미화원들도 가세했다. "파업 중이라 청소를 할 수 없다""아들 딸들,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썼다. 그런가 하면 대자보와 관련된 힙합 곡이 만들어지고, 주부들은 관련 차량용 스티커를 만들어 나누어주고,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까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가히 전 국민적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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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 흔드는 걸까? 산사태가 난 것처럼 쏟아져 나오는 ‘안녕들’열풍엔 뭔가 답답한 국민들의 마음이 여실히 녹아있다.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된 지금, 국민들은 박근혜정부와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있다. "국민들의 삶은 이렇게 팍팍한데, 당신들의 대한민국은 안녕한가?"라고.

 

 

 

12월 19일 오후 서울역 광장.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를 뚫고 30여개 학생 및 시민단체 대표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 민영화, 반값등록금, 의료민영화 등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정부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왜 하필 대학생들은 19일 기자회견을 했을까? 19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이라고 하듯 정부 여당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를 했다.

 

 

 

 

 

여당, 우리도 안녕하지 못하다

 

 

 

그런데 이 분들도 안녕하지 못하단다. 19일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여의도 새누리당사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여당의 ‘실세’ 김무성 의원은 무엇이 아쉬워 대자보를 붙인 걸까?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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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그가 한 말 속에 담겨 있다. 김 의원은 그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대선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여러분들 안녕들 하신가”라며 “요새 대자보가 유행한다고 해서 제 마음을 담은 소자보를 당사 앞에 붙였다”고 말하면서 대자보 내용을 낭독했다. 그는 대자보에서 “1년 전 오늘을 생각하면 아직도 헌신과 열정에 눈물이 날 뿐”이라며,“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모으고 함께 뛰자”고 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박 대통령을 지지하자고 대자보를 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진심은 대자보를 낭독한 다음 “하나만 덧붙이겠다”며 한 말 속에 담겨 있다. 그는 “충분한 ‘스펙’과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에서 낙하산 소리 듣기 싫다는 이유로 같이 뛰지 못하는 동지들께 정말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민대통합이라는 거대한 슬로건 아래 같이 동참했던 주요 인사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당 지도부께서는 청와대와 담판지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의 요구 사항은 분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의 1등 공신들이 안녕하지 못하니 챙겨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애교’ 있게 최근 유행하는 ‘안녕’대자보의 형식을 빌어서.

 

 

 

 

 

대통령, 국민만 보고 묵묵히 갈길 가겠다

 

 

 

그렇다면 이 ‘자보 열풍’으로 시작된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향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무엇일까?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을 청와대에 초청했다. 그들은 누구인가? ‘고생’을 했다고, 대통령 당선의 일급 ‘공신’들이라고 ‘간택’된 정부 여당의 당직자들이다. 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대통령은 최근의 여러 소란스러운 사회 분위기를 짐작한 듯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국민만 보고 묵묵히 갈길 가겠습니다.”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향한 국민들의 아우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하겠다는 메시지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초연하고’‘의연한 자세’를 두고 일부에서는 ‘불통 대통령’이라고 비난한다. 이런 ‘불통 대통령’ 소리가 듣기 싫긴 싫었나 보다. 이보다 하루 앞선 12월 18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 수석은 브리핑을 자청해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잘못된 점이 불통이라는 비판이 가장 억울하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비난’은 예약된 것인데, 한 술 더 떴다. “원칙대로 하는 데 대해 손가락질하고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런 불통”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19일 오전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정현 청와대 수석의 말을 도마에 올렸다. 박 대변인은 "전날 대선 1주년을 맞아 박근혜 정권 평가를 가능하면 비판을 짧게 하기 위해서 4글자 ‘망연자실’이라고 언급했는데 어제 이정현 수석이 불통이 자랑스럽다는 황당한 말씀 듣고 보니 그것도 좀 길었다"며 "그냥 한마디로 ‘헐~’"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그건 대통령 홍보 수석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 같으면 그렇게 말씀을 안 드렸을 것 같은 발언”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지 못한 국민들은 국민이 아닌가요?

 

 

 

대통령 각하 궁금합니다.

 

지난해 대선 때 가장 고생했던 사람들이 중앙당과 시․도당 사무처, 당원협의회 직원들이라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1년이 지난 오늘 가장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질문의 초점은 “고생했던”이라는 과거가 아니라 “고생하고 있는”이라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재 시점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국민만 보고 묵묵히 갈길 가겠다”고 말한 그 ‘국민’ 속에 지금 안녕하지 못해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포함되지 않는가요?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당선 1주년을 자찬하던 바로 그 날 통계개발원은 대한민국이 안녕하지 못한 근거 자료와 같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3'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작년을 기준으로 근로자 10명 중 한 명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중·고·대학생들은 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음주자 비율도 남녀 모두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런 우울한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반영하듯 한국인의 주관적인 삶 만족도는 OECD 36개국 가운데 26위에 그쳤다. 대한민국이 안녕하지 못한 분명한 이유이다.

 

 

 

27세 대학생이 예쁜 손글씨로 쓴 대자보 마지막 구절이 잊혀지지 않는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다만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마지막 문장에는 파란색 두 줄이 그어져 있다.

 

짠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미안하다. 나도 안녕하지 못하지만, 너희들을 안녕하지 못하게 해서 더 미안하다.

 

 

 

‘안녕’ 열풍 한 가운데서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 역사학계는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물론 전 국민이 다 알다시피 교과서 문제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은 안녕하지 못하다.

 

 

 

“현우씨가 쓴 대자보를 보는 순간,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우리가 안녕해서 침묵한 건 아닐 텐데... 또 우리가 침묵하고 방관한다고 안녕해지는 건 아닐 텐데...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응답 대자보를 쓴 한 학생의 인터뷰 기사이다. 그는 분명 대자보를 읽고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친구의 용기 있는 ‘안녕 대자보’가 침묵하던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다들 그저 자기는 안녕하다고 생각한 거다. 사실 고대 올 정도면 모범생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그런데 '안녕하냐'는 말을 듣는 순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사회 문제에 관심없던 후배들도 이제 연락한다. 선배, 저 자보 한번 써보려고요, 이러면서. 기성 세대들이 20대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세뇌 시킨 것... 이게 아니구나 깨달은 거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속의 망치가 내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제안하고 싶다. 역사문제연구소도, 역사학계도 지금 당장 ‘안녕’ 대자보에 답하는 ‘응답 대자보’‘댓글 대자보’를 쓰자고. 마지막으로 또 한번 묻고 싶다.

 

“지금 우리는 안녕하고 있는 겁니까?”

 

“안녕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누군가 말했다. 정의로운 분노가 세상을 바꾼다고.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출처: [역사문제연구소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