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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도시개발과 인권-청량리재개발과 성매매집결지 여성의 삶' - 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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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10-20 조회수 : 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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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인권간담회

'도시개발과 인권-청량리 재개발과 성매매 집결지 여성의 삶' 후기


 


 

 

역사문제연구소 X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도시개발과 인권] 청량리 재개발과 성매매집결지 여성의 삶

 

이재정

 

  

연구자들도 다 알고 있지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한 선생님은 성매매 이슈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셨다. 맞다. 성매매 문제는 참 어렵고 논쟁도 많다.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되면서 주변과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 고민해야 할 지점도 많다. 내부의 복잡한 관계와 성산업을 지탱하는 여러 구조들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문제를 정의하기도 어렵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페미니스트들도 이 이슈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거나 입장을 유보하기도 한다. 게다가 성매매와 재개발이라니. 이렇게 어려운 문제들의 조합은 쉽게 접하기도 어렵다.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위원회는 인접한 곳에 사무실을 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과 만나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지역의 문제,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던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열린 행사라고 하니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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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재개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약 일 년 전부터 청량리는 재개발 문제로 떠들썩했다.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에서 현장 활동을 하는 이룸은 아마도 일 년의 시간이 굉장히 길고 힘든 시간이었을 것 같다. 일 년 전, 나는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에서 현장 활동가 인턴을 하고 있었는데, 청량리 재개발의 여파는 영등포까지 전해졌다. ‘새로 온 언니가 청량리에서 왔다더라’, 그동안 문을 닫았던 업소들이 새로 문을 열자 청량리에 있던 업주가 넘어온 것 아니냐등의 이야기가 돌았다.

 

늘 궁금증을 갖고 있던 청량리의 이야기를 이룸 현장 활동가들의 눈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청량리 재개발은 빠르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집결지 폐쇄가 결정된 이후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았고, 재개발 추진위원회와 대책위원회는 대립이 심화되었다. 업주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추진위와 대책위로 갈렸다. 많은 여성들은 청량리를 떠났고, 업주들과 함께 청량리에 남은 이들도 있다. 남은 이들은 재개발 투쟁을 하고 있고, 여전히 영업하는 곳도 있다. 현재는 조폭들의 재개발 비리가 드러나면서 잠시 소강상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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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히 집결지가 유지되는 구조 속에서 여성들의 삶은 복잡하다. 집결지가 작은 사회가 되어 그 안에 고립된다. 집결지를 한 번쯤 지나쳐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집결지 안에는 약국, 미용실, 옷가게, 편의점, 화장품 가게, 점집, 식당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있다. 굳이 바깥을 나가지 않아도 모든 게 해결가능하다. 그 상점들은 집결지에서 나온 돈만으로 유지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곳의 물가는 일반 물가보다 비싼 편이다. 집결지에서 하루 6억 이상이 움직인다고 하니 그 경제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내부의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가족같은 업소의 경영철학은 삼촌, 이모, 오빠 등의 호칭으로 심리적 유착 관계를 유지한다.

 

성매매 집결지는 이렇게 결집된 형태로 유지된다. 이곳이 없어진다는 것은 많은 것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여성들은 어디론가 떠나가야 한다. 여성들이 이곳에 얼마나 오래, 어떻게 지냈는지 모두 삭제된 채, ‘재개발이라는 거대한 무엇에 의해 그들의 이야기는 그저 지워지고 잊혀진다.

 

 

 

 

▶ 재개발을 앞둔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거리에서  ⓒ 이룸 

(사진 출처: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7587&section=sc1 )

 

 

 

 

동지와 동지

 

이 날 행사에서 들었던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동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평소 동지라는 말을 좋아한다. 꽃다지의 전화카드한장이라는 곡에서처럼 동지는 언제라도 힘들고 지쳤을 때 전화를 하라고말하고 싶은 존재다. 여러 현장에서 만난, 함께 싸웠던 사람들이 나에겐 소중한 동지로 남았다.

 

이번 청량리 재개발 투쟁에선 업주와 여성들이 동지가 되었다. 청량리 재개발 반대라는 기치 아래 모여 함께 싸웠다. 함께 전철연에 가입했고, 집회에 나섰다. 집회 중에는 함께 동지가를 부르기도 했다.

 

동지가 뭘까. 이 생각이 며칠간 머릿속을 맴돌았다. 같은 목표를 가졌다고 모두 같은 동지가 될 수 있을까. 이곳에서는 동지가 다른 동지에게 공간을 떠나지 않는 대가로 일정한 금액을 받아간다. 업주들 간 알력다툼 속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여러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관계를 동지의 관계로 볼 수 있을까.

 

한 때는 더 많은 돈을 벌어 오라고 권하던 업주들이 이제는 재개발 추진위에 들어가 성매매는 불법이라고 집마다 큼지막하게 써놓는다. CCTV를 설치해 영업을 계속 하는지 감시하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 여성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 경찰에, 여기저기에 끌려 다닌다. 이곳의 여성들이 누군가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이 둘의 관계가 동지가 될 순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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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여전히 그녀들이 있다

 

곳곳에 재개발이 써 붙어진 그곳엔 여전히 을 살아내는 그녀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그곳을 떠났지만 떠날 수 없는 사정을 가진 이들이 있다. 남은 이들 중엔 청량리를 기록하고자 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한다. 그들에겐 옆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많은 여성들이 그저 있던 자리에서 무기력하게 쫓겨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어렵고 머뭇거려지지만 소중한 발걸음을 내딛은 역사문제연구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덕분에 혼자서 이 문제로 고민하던 나같은 사람에겐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청량리 집결지를 비롯한 많은 성매매 집결지들이 재해석되고, 기록되고, 그 안에서 삶을 살아내는 여성들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이런 시도들이 여성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길 바란다.

 

나는 성매매 문제에 국가의 책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특히나 집결지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행사 이후 이어진 뒷풀이에선 각자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소개는 30분 간 이어졌는데, 각자가 성매매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모두 이 문제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관심이기도, 부채감이기도, 숙제이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많아 반가웠다. 개인적 책임들이 사회가 이 문제에 책임을 지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라 기대한다.

 

현장과 세상을 연결 짓는 이룸의 시도를 응원하고 싶다. 이룸의 기록들은 성매매 문제에 있어서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고민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역사문제연구소와 이룸의 협업이 기대된다. 나 역시도 이런 활동들을 열심히 지켜보고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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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오래전부터 역사문제연구소페이지를 눈팅해왔다. 학부에서 정치학을 전공 중이고, 대학 생활 내내 자유인문캠프라는 교육운동단체에서 활동했다. 최근에는 페미니즘, 특히나 성매매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는 반성매매액션 크랙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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