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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음의 폐점 결정, 기원과 원인- 쓰러진 자의 비나리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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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10-05 조회수 :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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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음의 폐점 결정, 기원과 원인¹- 쓰러진 자의 비나리

 

조진석(책방이음 대표)

 

책방이음은 20201128일 토요일 폐점합니다

20091224일 문을 열었으니, 10년 남짓 살아남았습니다. 2009년 개점했을 때, 당시 10% 할인+10% 적립+18개월 이상 도서 무한 할인 법제하에서 어려움이 컸습니다. 새 책인데도 정가(定價)로 팔지 못하고 할인을 하지 않으면 구매하는 이가 적었지만, 참으로 많은 분이 제값으로 사주셨기에 그 시절 근근이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014년 들어서 수익은 줄어들기만 했고, 찾아오는 사람도 감소해서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숨 막히는 느낌이었습니다. 20141121일부터 시행된 현행 도서정가제로 간신히 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통상 10% 할인, 5% 적립, 1만 원 이상 도서 구매 시 무료배송 서비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배송비가 교보문고 기준으로, 건당 2,500원 합니다. 이를 도서비 1만 원일 때, 무료라고 한다면 25% 할인 혜택에 해당합니다. 결론적으로 1만 원의 도서를 총 40% 할인해서, 6천 원에 구매할 수 있는 제도가 현행 도서정가제입니다. 그런데 도서는 지역 동네서점에 평균 7천 원에 들어옵니다. 역사책은 조금 더 높은 금액에 들어옵니다. 도서정가가 1만 원이라면, 75백 원 ~ 9천 원 정도에 들어옵니다. 도저히 현행 도서정가제에 맞추어 판매해서는 전혀 수익이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자만 늘어날 뿐입니다.

 

소위 현행 도서정가제는 독립적인 법이 아니라, 2002826일 제정되었고 2003227일 시행되어서 일부 개정을 거쳐 202034일 시행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조항의 일부입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출판문화산업의 지원· 육성과 간행물의 심의 및 건전한 유통질서의 확립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만들어졌습니다. “224,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이를 정가대로 판매하여야 한다. 5, 4항에도 불구하고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는 독서 진흥과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정가의 15퍼센트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가격할인은 10퍼센트 이내로 하여야 한다.”도서정가제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동네책방에겐 불가능한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일까요.

“1977년 하한기(夏閑期)에 이르러 극도에 달한 할인 판매 경쟁은 15% 마진의 전문도서류를 10%씩이나 할인해줌에 따라 서점을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점 간의 상호협력으로 자구책을 강구하든가, 아니면 폐업하든가 양단간에 택일할 수밖에 없는상황에서, 121일부터 출판 · 서점계 합의로 정가판매제(정찰제)를 실시하였습니다.

 

1977년부터 20년 동안 시행해온 제도가 1997IMF 경제 위기 상황으로 중요한 전기를 맞게 됩니다. “1990년대 상반기에 전집이나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편의점이나 대형 창고형 할인점에서 자행되던 가격파괴 현상이 1990년대 후반에는 학습참고서, 사전, 전집물, 단행본 등 출판물 전 분야에 걸쳐 전국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더욱이 1990년 후반에 등장한 대형 인터넷서점은 가격 할인을 내세우며 도서정가제를 근간에서부터 흔들려 하였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1999년부터 서점계와 출판계는 도서정가제의 입법화를 시도합니다. 정부 입법을 시도 했으나 무산되고, 의원 입법을 해도 무산되었다가 3년만인 20028월이 되어서야 도서정가제가 법률로 제정되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걸린 이유는 인터넷서점의 할인 판매 허용 여부가 문제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부 의원은, 할인을 금지할 경우 인터넷서점의 존립 근거가 없어진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인터넷서점만, 발행 후 1년 미만 도서에 한해, 10% 할인을 허용하고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되었으며 도서정가제는 발간한 지 12개월이내 도서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제도화되었습니다.

5년 뒤 기존 법을 개정합니다. 20077월 인터넷서점만이 아니라 지역 동네서점도 10% 할인할 수 있고, 도서 판매 금액의 10%까지 경품을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발행 후 18개월까지 도서정가제를 준수하도록 했습니다. 18개월까지 도서정가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했더니, 18개월이 지나면 무한 할인할 수 있는 제도로 해석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또 실용도서 및 초등학습참고서는 예외로 두었는데, 이로 인해서 실용도서 및 초등학습참고서와 18개월이 넘는 구간도서에 대한 무제한 할인 경쟁, 문학 도서를 실용도서로 둔갑시키는 등 변칙 할인의 성행으로 신간 시장은 위축되고 서점· 유통사· 출판사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폐업이 속출하였다.”

 

그래서 모든 분야의 도서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고, 할인율은 15% 이내로 하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개정에 대해서 법제처는현행법상 도서정가제는 입법 취지와 다르게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해서 재판매가격유지 대상 저작물의 종류와 유통 범위를 제한하는 모순이 있고, 예외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있으며, 현행법에 따르면 발행일부터 18개월 미만 도서(신간 도서)19%까지 할인이 가능하고, 발행일부터 18개월이 경과한 도서(구간도서)와 실용서· 초등학습참고서, 국가기관 등에서 구입하는 도서는 무제한 할인이 가능하여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한 실정인 바,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출판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 불합리한 예외 조항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서술했습니다(강조: 글쓴이). 이처럼 1977년 출판계· 서점계의 노력으로 시작된 도서정가제, 불완전하지만 한 걸음씩 도서를 정가로 판매하는 제도로 천천히 이동해서 현행 도서정가제까지 왔습니다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흐름 밑으로, 인터넷서점은 조용히 2011년부터 기업형 중고서점을 내고서 중고책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중고서점에서는 오늘 나온 새 책을 50% 내외의 할인된 금액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가 초판조차 판매되기 전에 신간이 중고도서로 유통되었지만 큰 문제로 삼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 당시 일반적으로 초판으로 수익이 나는 2,500~3,000부를 찍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중고책 유통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날이 갈수록 중고서점에서 더욱 더 대량으로 중고책을 매집한 결과, 책을 찍고 또 찍어야 인세를 받는 저자의 이익이 저해되고 출판사는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지고 지역 동네서점은 운영비를 마련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신간과 다름없는 책을 반값에 살 수 있는데 누가 제값을 주고서 책을 사겠습니까.

 

동네서점에서는 이제 중고서점에서 매매되는 책 정보를 살피면서, 중고서점에서 팔지 않는 도서를 들여놓고 판매할 수밖에 없고, 출판사도 중고서점에서 유통되는 책을 의식해서 창고비조차 아끼려고 품절· 절판을 시키며, 저자들은 최소한의 인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책으로 인세를 대신하거나 중고서점에서 유통되는 것 이상의 수요가 있는 저자들만이 출판사와의 계약이 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50개 이상의 기업형 중고서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중고서점인 알라딘 중고서점의 2019년 당기순이익만 1396,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신간을 팔아도 수익이 남지 않고, 6개월만 지나도 구간이라며 중고서점에서 신간과 마찬가지인 책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지역 동네서점이 폐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입니다. 떠나는 길에 시 한 편을 나지막이 읊조려봅니다.

 

아무래도 나는 늘 음지에 서 있었던 것 같다/개선하는 씨름꾼을 따라가며 환호하는 대신/패배한 장사 편에 서서 주먹을 부르쥐었고/몇십만이 모이는 유세장을 마다하고/코흘리개만 모아놓은 초라한 후보 앞에서 갈채했다/그래서 나는 늘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웠지만/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나는 그러면서 행복했고/사람 사는 게 다 그러려니 여겼다(신경림,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중에서)

 

 

1)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2(박명림, 나남출판, 1996)에서 제목 빌림

2) <‘개정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향후 방향연구보고서>(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6)참고

3) http://m.jobkorea.co.kr/company/1945934?C_IDX=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