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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역사문제연구소 교원 연수 소감문 (김효성, 광남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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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6-18 조회수 : 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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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역사문제연구소 교원 연수 소감문

 

김효성

 

기대가 컸다.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교원 직무연수를 기획했다는 메일을 받고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입금했다. 친분이 나름 있는 연구자들의 연구를 강의 형식으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인데다 제목대로 <역사교과서가 담지 못한 1960-70년대 사회사>라는 주제가 매우 끌렸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원으로 6년째 여러 학교를 전전하면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이고 서로 다른 관심사에 차이나는 학업 성취도를 가진 친구들을 같은 공간에서 가르치고 있다. 역사적 상상력이나 감정이입에 따른 현재적 관점을 교과서 머리말에도 넣어주지만, 그건 이론일 뿐이다. 물론 이론의 부재가 가지는 문제점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이 글에서 더 다루지는 않겠다. 다만 이 직무연수를 통해 교과서라는 텍스트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수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최소한 그런 마음으로 직무연수(이하 연수라고 지칭함)에 임했다.

 

 

김원-오제연-이정은-김아람-송은영 선생님의 5개 강좌는 각각 노동운동, 학생운동, 경제정책, 사회적 소수자, 서울 도시사라는 큰 주제로 묶어서 진행되었다. 연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자기 전공을 가지고 진행했다는 점이다. 나를 포함해 연수를 참가한 교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관심사 혹은 전공이 아닌 역사 내용을 강의할 때 가지는 비전문성, 까놓고 말하면 교과서 텍스트를 읽는 수준의 강의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을 잠깐 이야기하면, 내가 시간강사를 포함해 수도권에서 강의한 학교는 15군데 가까이 된다. 그중 한국현대사를 최소 석사 이상 취득한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자연스레 현 한국사회의 이념 혹은 지역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부담스러운텍스트는 생략하거나 가뿐히 넘어가면 된다. 더구나 교과서 맨 뒤의 단원들이기 때문에 입시나 상급 학교 진학 과정에서 스킵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명한다.“어차피 얘들은 이거 공부하기 힘들어요.”자신이 공부하지 않았다는 코멘트는 절대 하지 않는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국사 교과서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파문으로 2020년에야 학교 현장에 쓰이기 시작한다. 앞선 교육과정에 의거해 교과서 전체 내용의 3/4는 개항기부터 한국현대사까지 다루고 있다. 그런데 교사들 중 한국근현대사를 최소 석사 이상 이수하지 않았다 가정하면, 임용시험 이후에 구조적인 교과 내용 업그레이드는 전무하다고 보아도 된다. 아마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만 이게 학교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역사문제연구소의 직무연수는 현장의 교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이것이 시작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역사 교사들의 교과적태만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2.

그럼 연수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김원 선생님의 강의는여공, 노동하는 여성이라는 주제로 1960-70년대 여성노동사를 고찰하고 있다. 식모에서 여공의 사례를 차분히 살펴보면서 여성노동사에서 파악해야 할 주요 쟁점들을 언급하고 있다.

오제연 선생님의 강의는 1970년대 학생운동사를 언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1950년대 이래 한국의 교육사 전반을 고찰하고 있다. 학군의 개편, 그리고 입시 제도의 변화 속에 한국 민주주의의 주요 동력인 학생 집단의 구성 과정을 언급하고 있다.

이정은 선생님의 강의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정책을 언급하는데, 재벌 집단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한국의 경제개발과정에 대한 통념을 재고찰할 것을 주문하는데, 재벌 등 경제 주체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김아람 선생님의 강의는 배제와 감금이라는 제목 하에부랑아와 여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최근 한국 내 혐오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사회적 소수자들로 파악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송은영 선생님의 강의는 서울의 형성 과정을 문학 작품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으로서 서울이 본래 수도의 기능 외에 팽창하는 과정은 철저히 1960년대 이래 한국사회의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5개 강의는 결론적으로 매우 유익한 강의였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가 입시에서 매우 강조되고 있다. 특히 생기부 내에서 자율활동과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이하 과세특)이 중요한데, 위의 5개 강의 주제는 연수를 수강한 교사들의 입장에서 수업 내 특기 활동을 구상하기 위해 매우 필요한 교과 내용이다. 강의의 퀄러티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수강생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강의였다.

 

 

3.

나는 2강인 오제연 선생님의 마지막 시간대 강의 외에는 모두 풀 수강했다. 친분이 있는 연구자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수강 신청한 학생의 시각에서 연수에 대한 평을 진행할 것이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5분 모두가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혹은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보고 오지 않았구나.”였다. 이 글의 진짜 목적이기도 한데, 아쉽게도 5분 모두가 연수 대상자들의 기본 텍스트인 학교 교과서를 보고 오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교과서를 보고 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줌이라는 온라인 자체가 가지는 한계로만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문제를 노정하고 있었다. 첫째, 강의를 준비한 분들은 자신의 대표 저작(혹은 학위논문 주제)을 텍스트로 준비했다. 역사문제연구소의 요청인지, 혹은 낮은 수준의 강의비에 대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목과 실제 강의 내용은 괴리감이 매우 컸다. 일부 선생님은 자신의 연구를 소개만 하다 강의를 마친 경우도 있었다. 교과 내용을 제한된 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습관(혹은 일상)이 박혀 있는 수강생들의 입장에서 강의에 대한 사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마치 교생을 보는 기분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교과서에 대한 사전 검토와 최소한도로 전달할 내용 지식이 편집되어 있지 않으니 줌 프로그램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대학원 수업을 예로 든다면 각자가 발제자의 텍스트를 보면서 질의를 준비할 법도 하지만, 어디서 질문을 해야 할지 아니면 어디서 이 주제에 대한 궁금함을 질문할지를 알 수 없었다. 강의자들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주제를 다루었지만 수강자들과 피드백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이 강의 시리즈에서 원했던 것은 강의자 자신이 이 주제를 어떻게 재구성하였고, 연구자 입장에서사회사적인 대화를 하고 싶었다. 앞서 언급한 과세특도 그렇고, 교과서 외의 내용을 다룬 게 이번 직무연수의 핵심 내용이라면 강의자 각각이 자신의 연구를 개인 사회사적 입장에서 이야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학계의 구조적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수강자들도 있었고, 개인의 아픔일 수도 있는 문제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개인의 사회사적 입장으로 자기 연구를 역사화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기실 강의자들께서도 노고의 흔적은 확인된다. 초중고 교사가 뒤섞여있을 뿐만 아니라, 오프 공간이라면 진행할 수 있었던 토론도 웹 공간이라는 한정된 상황이 작용했던 건 분명하다. 내가 지금 강의를 잘하고 있는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름 교양인을 자처하는 교사들의 특성 상 대놓고 강의 중간에 클레임을 걸 사람은 없다. 클레임이 없기 때문에 부족한 강의는 아니나, 강의 종료 후 수강자들은 질문할 게 없었다. 내 추측으로 강의 내용은 교과서에 담지 못한 것보다 다른교과서를 배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강자들을 소극적으로 위치시키고 결과적으로 각 주제의 중반 이후 연수 시간을제도적으로인정받고자 한 인내의 시간이었다.

 

 

4.

다소 거칠게 쓴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역사문제연구소의 직무연수는 분명실천적인 측면에서 지속해야 할 프로그램이자 의미 있는 시도였다. 역사학이 한국 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분명 존재하고, 한국의 미래 대중들을 배출하는 공간이 학교라는 점, 그리고 가장 앞에서 그 학생들과 마주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직무연수는 분명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학계 특유의아카데미즘이라 하면 기분 나쁘겠지만, 강의(혹은 강의 텍스트)를 준비할 때 상대에 대한 사전 분석이 전혀 없었던 모습을 언급한 것이다. 내 연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내가 자연스레 쓰는 화법과 용어가 상대가 충분히 내 의도를 간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 강의를 준비하신 5분의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첫 시도는 성과보다는 한계가 주목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첫발을 뗀 5분의 선생님과 역사문제연구소의 시도에 큰 박수를 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