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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팝업 세미나 ‘돌봄’ 후기(신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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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07-05 조회수 :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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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제연구소 팝업 세미나 돌봄후기

 

신수민(성균관대학교 사학과 한국 현대사 석사과정)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들추었다. 처음으로 겪어보는 확진자 격리 방침과 온라인 수업에 모두가 혼란스러웠지만, 특히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다. 장애인과 노약자가 있는 가정, 맞벌이 가정에서 시설 및 학교 등 돌봄 기관의 운영 중단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뉴스를 코로나 기간에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돌봄 문제를 조명한 것은 코로나였으나, 그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온 것이었다. 아이를 돌봐줄 곳이 없어 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나면 여러 학원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게 하는 이른바 학원 뺑뺑이’, 갈 곳 없는 노인, 장애가 있는 가족 구성원과의 동반자살 등은 돌봄을 시장에 떠넘긴 신자유주의의 한계였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에도 돌봄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갈증을 느낄 때, 역사문제연구소에서 돌봄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를 만났다. 한 달에 한 번 돌봄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우리 모두가 돌봄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돌봄을 받지도 제공하지도 않는 대상이 이상적인 개인으로 취급되는 이때 더욱 서로를 돌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양한 나이, 인종, 성별의 사람이 모두 경험했으며,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돌봄은 매력적인 연구 대상이다. 특히 세 번째 세미나에서 읽은 돌봄이 돌보는 세계가 기억에 남는데 이 책은 심장질환 환자, 장애인, 돌봄 노동자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돌봄이 각 개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보여주었다. 필자는 젠더사적 문제의식 하에서 연구를 시도하는 대학원생으로서 소수자 의제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의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스스로 한계를 느꼈는데, 그 한계란 나를 소수자로 만들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온전히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필자는 여성이며 한국인이기에 한국 내의 인종 문제여성 문제와 같은 정도로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하며, 스스로 겪어보지 못한 문제는 협소하게나마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는 필자에게 이 책은 돌봄을 받는 돌봄 수혜자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돌봄 논의가 돌봄 수혜자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밝혔다는 의의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코로나 시기의 대책이,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어떤 형태의 인간상을 기준으로 상정했으며,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권리를 박탈당한 타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물론 현재의 돌봄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 제시하는 대안은 이상적이고 낙관적이라고 느껴져 어디서부터 행동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그게 현실성 있으며 공동체에 변화를 가져올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가능성을 함께 상상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만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다양한 돌봄 논의 속에서 돌봄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