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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역사문제연구소 후원회원 책읽기 모임 <산> 후기 (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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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3-10-10 조회수 :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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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을 함께 올라가며

 

임 혁(한림대학교 사학과 한국사전공 석사과정)

 

 

올해 5월 역사문제연구소에서 메일이 하나 왔는데, 책읽기 모임 인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사실 왜 모임 이름이 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같이 책을 읽으며 독서라는 이름의 산을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더욱 끌리고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이후 나중에 책의 주된 내용과 등장인물은 빨치산들이 활동한 장소가 지리산이여서 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 번째 모임인 6빨치산의 딸부터 참여하였는데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당시 시대와 사상,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은 너무 즐거웠다. 무엇보다 단순히 소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참여한 사람들의 삶이 묻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개인의 생각과 관심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나에게 책에 내용이 글이 아닌 지리산에서 치열하게 살아갔던 빨치산들의 삶 그 자체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처음부터 책 자체가 쉽게 읽어지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정훈장교로 군 생활을 했던 것도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이 들지만, 6월 모임에서 읽고 참여한 책인 빨치산의 딸에서 나의 조국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흐름은 개인적으로 소화하기가 매우 힘들었고 집중이 되지 않았다. 당시 모임에서 읽으면서 힘들었다.”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이러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졌다. 이후에 다른 책을 읽을수록 힘들었다.”는 말이 아닌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으로 바뀌었다.

6빨치산의 딸에서 이야기한 조국에 대해서 단순히 북한과 김일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지향해야 하는 이상향이자, 어렵고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강렬한 경험 그 자체의 표상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런 생각도 이후 책을 읽어가면서 다른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 객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었던 것 같다.

처음에 읽었던 책은 저자 본인이 직접 빨치산 활동을 하지는 않는 상황에서 빨치산 생활을 한 부모님의 이야기를 적은 것이기에 어떠한 부분에서 본다면 빨치산으로서의 삶과 생각을 그대로 담는 데는 제한이 있었던 것일까, 다음 책인 남부군에서부터 우리는 몇 가지 고민지점에 봉착하였었다.

첫 번째 고민지점은 빨치산 활동의 공백 부분이었다. 빨치산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정리한 내용이 없었기에 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전체적인 부분을 볼 수 있는 통사의 필요성이었다. 이들의 활동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떠한 형식으로 나누어졌는지 등 전체적인 부분을 알 수 있는 자료의 부재를 생각하였으며, 두 번째는 산에서 숨어서 생활하는 부분에서 발생 수 있는 민간인 피해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역사적 화해의 필요성까지 이야기했었다.

이러한 고민지점들을 포함하여 남부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현장에서의 공기와 이야기에 대한 부분이었다. 사람의 삶은 물론 어떠한 상황을 이야기 할 때 보다 그 상황에 집중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러한 부분에 맞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할 것이다. 남부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지리산의 공기에 대해서 말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믿고자 했던 것 서로가 공감하고 쳐다봤을 지리산의 공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며, 빨치산 활동과 결국에는 그렇게 믿었던 대상에게 외면당하였던 그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독서모임을 통해서 우리는 1950년대 해방공간에서의 지리산을 올라가고 있었으며, 어느덧 마지막 책인 이인모의 수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인모의 수기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주제들이 이야기되었는데,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 된 것은 남부군과는 다른 시점의 차이였다. 남부군의 저자가 전향을 한 것과는 다르게 이인모의 수기는 전향을 하지 않은 비전향장기수의 관점에서 작성되었기에 빨치산으로서 가진 생각과 내용은 다른 책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생각할 때 빨치산이 전향을 선택하다는 것은 힘들었던 지리산 생활을 같이 이겨낸 전우들과의 생활을 부정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때문에 그 기억을 잊는 것이 두려워 전향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인모의 수기에서 말하고 있는 비전향자들은 인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라는 명확한 생각이 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었다.

보다 명확한 자신의 신념, 그들이 싸우는 이유와 그것에 대한 생각은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일어난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고 아직까지도 그들의 삶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떠한 측면에서 본다면 그날의 생각과 신념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사회와의 격리가 이전의 신념에 열정적이었던 순수함을 유지하는 힘이 아닐까? 이런 의문을 남기며, 명확한 사회주의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였었다.

6월부터 시작한(다른분들은 5월부터 시작하였지만) 1950년대 해방 시기의 지리산 등산을 책 읽기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올라갔다. 등산의 시작은 어색하고 숨도 차고 힘들었지만 천천히 올라가며 어딘가에서는 도움을 받고 또 어느 지점은 그날의 공기를 생각하며 올라가다보니 어느덧 우리는 지리산 정상에 올라있었다. 그렇게 힘들고 어색하게 시작한 길을 다시 바라보며 지리산의 다른 깊은 곳에 신비와 모습을 상상하며 웃기도 하고, 아직은 모를 수도 있는 다른 골짜기들이 궁금해졌다.

 

 

처음에 내가 생각한 빨치산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자 모두에게 버림받은 불쌍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에서 빨치산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자 새롭게 알아가야 하는 대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산을 올라가며 보냈던 이번 여름은 나에게 있어서 이전의 생각을 이겨내고 더 넓은 생각을 하게 해준 계절이었다. 앞으로는 산을 넘어 바다와 평지, 도시를 포함한 많은 곳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