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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30 기획특강 "한반도 평화체제: 쟁점과 전망"(김연철) 후기 - 김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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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7-30 조회수 : 7,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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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강① "한반도 평화체제: 쟁점과 전망"(강연: 김연철) 후기 

 

 

2018년 역사문제연구소 기획특강 <판문점선언 이후 우리의 미래> 제1탄으로 2018530일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통일연구원 원장이신 김연철 선생님의 강연이 이루어졌다. 강연은 한반도 평화체제: 쟁점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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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반도가 걸어온 길 그리고 걸어갈 길

: 북미회담 취소와 남북정장의 제2차 판문점회담 그리고 북미회담 재추진

 

530일 저녁 7시 특강은, 24일 목요일 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다고 전격 발표하고, 곧바로 26일 토요일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으며 그리고 27일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공식화되었고 곧바로 강연 날인 30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미 소식이 전해지던 시점이었다.

 

물론 612일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고 이제는 그 성과에 대해 논의가 분분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530일 시점을 바라본다면 그저 혼란의 시기였고 결국 북한과 미국은 서로 만날 필요성이 있었다고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기 쉽다. 그러나 530일에는 정말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미국은 회담을 전격 취소했으며 또 다시 회담을 추진하는 일들이 펼쳐졌을까.

 

김연철은 30일 당시 지난 일주일 간 펼쳐진 남북미 간의 복잡한 관계 변화를 그야말로 한반도가 과거 걸어왔던 길이자 앞으로 걸어갈 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즉 이미 북미회담이 마무리된 지금에야 볼 때 취소와 재추진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한 것으로 흐릿하게 기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일주일의 과정 자체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역사적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연철은 먼저 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관례상 매우 이례적으로 예정된 북미회담을 취소하는 서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냈을지에 대해 네 가지 차원에서 분석했다.

 

첫째, 미국 내부의 입장 차에서 특히 실무부서에서 북한의 핵포기에 대해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둘째, 일본이 미국을 집중적으로 흔들었다. 아베 총리와 오노 외상이 방미했으며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셋째, 중국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대련에서 2차 북중정상회담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태도를 강경히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즉 중국은 반드시 종전 협정에 참석하고자 했으며 동시에 주한미군 철수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중국 학자들의 발언을 통해 전했다. 특히 중국 학자들의 발언에는 정전협정 조문에 곧 외국 군대 철수 문제가 있었는데 왜 미군은 철수하지 않느냐 주장이 담겼다. 이런 중국의 주장이 트럼트 정부를 자극한 측면이 있었으며 나아가 트럼프와 미국의 북중관계에 대한 오해 및 편견이 증폭됐기 때문에 북미회담은 취소됐다. 넷째, 트럼프의 협상 관련한 개인적 스타일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 후려치기 기술을 주장했다. 즉 북미회담을 포기하는 안 사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짐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트럼프 개인의 협상전략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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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남북관계를 연구해온 김연철은 남한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 즉 2차 남북 정상 간 판문점회담이 결국 북미회담 재추진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음을 강조했다. 20181월에 출간한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에서 남북관계의 70년의 역사를 꼼꼼히 살펴본 김연철은 남북, 남북미 관계가 진전이 있었을 때는 바로 남한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행동에 취할 때였다고 주장했다.

 

북한만 쳐다보는 시각을 수동적 접근이라 부를 수 있다. 반대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각이 능동적 접근이다. 수동적 접근은 주로 남북관계가 악화된 시기에, 능동적 접근은 남북관계가 개선된 시기에 등장한다. 한국전쟁 이후 이뤄진 대화 국면은 대체로 남한이 주도했다. 19727.4남북공동성명 국면은 그 전해에 박정희 정부가 적십자회담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1991~92년 남북기본합의서 국면도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으로 시작됐다. 2000년과 2007년 두 번의 정상회담도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남한이 환경을 만들고 북한을 설득해 이뤄냈다.

관계를 주도하지 못하면 상황에 끌려다닌다. 수동적 접근의 결과는 언제나 남북관계의 악화다. 수동적 접근은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면서 북한의 태도가 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격인데, 언제나 감이 떨어지기도 전에 남한 정부가 교체되곤 했다. 기다리면 할 일이 없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이런 수동적 접근의 시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북한 붕괴론이다.”(6~7)

 

 

북미회담이 취소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남한과 일본 그리고 미국 내에서 그릇된 편견과 관행​1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한반도 분단의 70여년의 역사 동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쏟아져 나왔던 역사적 관성들이 그대로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북미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발표로 위기에 처했을 때, 남한은 그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비록 김정은이 요청한 것이지만) 김정은과 만났고 그 이후 다시 북미회담은 재개될 수 있었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결국 남한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적극적인 행동자로 나섰고 이것이 변화를 이끌었다. 김연철은 북미회담이 취소되고 다시 재개되는 데는 남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였고 이는 한반도가 평화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남한이 능동적 자세를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제 70년의 냉전과 분단이 만들어낸 역사적 편견과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한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평화 만들기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체제는 어떻게 가능할 것일까. 과연 “70년에 이르는 분단과 적대의 시간이자”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시간을 뒤로하고, 평화와 협력의 새 역사를어떻게 나가야 하는 것일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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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지뢰 100만개, 유효기간 100

: 한반도 평화체제, 그 지난한 길의 시작

 

남북 판문점선언와 북미 센토사합의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3이지만, 평화가 갑자기 결과로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우 지난한 과정임을 김연철은 강연에서 강조했다. 흔히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비무장지대가 역사와 자연이 매우 잘 보존된 공간이고 이곳을 개방하기만 하면 마치 비무장지대 내 상징적 평화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김연철은 매우 상징적인 예시로 비무장지대의 지뢰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비무장지대에는 무려 남한 측이 뿌린 지뢰만도 100만개가 있다. 그중 특히 플라스틱으로 된 발목지뢰는 유효기간이 100년이나 된다고 한다. 100만개 지뢰와 지뢰 유효기간 100년이 상징하듯이 70년간 쌓인 적대과 불신 관계는 하루아침에 평화와 신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김연철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적인 평화보다는 사실상의 평화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평화협정이라는 법제도적 접근이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비판했다. 법적인 평화라는 평화협정은 약속에 불과하고 사실상의 평화는 평화를 이행하는 상태임을 주장했다. 즉 평화협정은 남북미중이 협정을 체결하는 그 시점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것을 담아내는 것이며 평화협정은 끝이 아니라 약속을 통한 시작에 불과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은 체결된 이후 노벨상을 받았음에도 곧 다시 전쟁이 일어났음을 기억해야 할 것을 역설했다.

 

 

구체적으로 김연철은 종전선언은 중국에 양해를 얻어서 남북미가 먼저 실행함으로써 평화체제를 향한 프로세스를 일단 시작하고 다음으로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간에 포괄협정을 맺고 다시 양자 혹은 삼자 간 부속협정을 맺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특히 한반도의 실질적인 군사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한의 역할이 중요하며 특히 지속성을 담보해야 하는 장기적 과정이기 때문에 남한과 미국이 정부가 바뀌어도 체결된 평화협정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평화협정뿐 아니라 남한 시민사회의 공감대와 합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남한이 적극적·능동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인 북한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김연철도 북한은 매우 논리적이며 최근 1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약 10년간 최근 김연철이 원장으로 취임한 통일연구원을 돌이켜보면 연구성과들이 북한의 변화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특히 질의응답에서도 트럼프가 회담 취소를 발표했을 때, 과거 북한 같으면 더 강하게 적대적인 발언이 난무했을 텐데도 외려 이번에는 유화적이며 대화를 모색했다. 이는 북한이 최근 10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이해해야만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2018년 역사문제연구소 기획특강 제2탄으로 정창현의 북한 세대교체와 김정은 리더십을 주최측이 연속강좌로 준비했던 것은 아닐까^^)

 

 주석

1. 2018 6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두 발언.

2.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입장문(2018 6 12)

3.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입장문(2018 6 12)

 

 

글: 김도민 |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한국현대사를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각종문제'를 연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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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행사 장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