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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직무연수 <말하지 못한 한국전쟁의 유산과 이야기들, 어떻게 가르칠까?> 후기(의정부고등학교 맹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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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11-24 조회수 :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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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한국전쟁의 유산과 이야기들, 어떻게 가르칠까?> 연수 후기

 

 

의정부고등학교 맹수용

 

반가웠던 직무연수 커리큘럼

 

전쟁은 하나의 얼굴을 지니고 있지 않다. 전쟁을 겪은 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어떻게 하나의 설명에 담을 수 있을까? 학교의 한국전쟁 교육도 학생들과 전쟁의 여러 장면을 살피며 전쟁과 폭력을 성찰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와 달리 전쟁을 하나의 얼굴로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는 듯하다. 최근 2022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과 관련하여 제기된 6.25 ‘남침’ 표기 주장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표준’의 기능을 하는 국가 교육과정 문서에 ‘남침’이 표기되지 않으면, 교사들이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날이 진전되고 있는 한국전쟁 연구와 매번 되풀이되는 사회적 논란 사이의 거리감에 유감이다.

그래서 이번 한국전쟁 직무연수 커리큘럼이 반가웠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한국전쟁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주제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산’에 초점을 맞춘 주제들이 매력적이었고, 수업을 상상하는 데 자극을 주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형성된 문화는 오늘날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학교에서 학생들과 나누어볼 핵심 질문이 될 것 같다.

 

 

한국전쟁의 다양한 얼굴과 유산을 만나다.

 

이번 연수는 총 5강으로 피난 생존자와 난민 정착, 병역의 의무와 국민개병주의 강화, 장애와 구호 문제, DMZ 평화지도, 기지촌 여성 문제가 주요 주제였다. 첫 강의를 맡으신 김아람 선생님은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하시면서 피난과 국가정책, 생존자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사실 강의를 듣기 전까지 피난민의 구체적인 경험이 어떠했을지 상상해보지 못했다. 국가 차원의 피난과 정착 정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부지런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수많은 피난민이 발생하였다.”라는 역사 교과서 서술에 담긴 의미를 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최근 한국 사회가 난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학생들에게 우리도 난민이었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한국전쟁을 예시로 설명하곤 한다. 한국전쟁 교육에서 피난민을 구체적으로 다루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질의응답 시간에 잠깐 한국전쟁 용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쟁의 시작일을 강조하는 6.25 전쟁이라는 명칭이 학생들의 한국전쟁 이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업 이후 몇몇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적 의미를 소거한 채 ‘북한의 전쟁 책임’만을 주된 한국전쟁 이해로 드러낼 때마다, 전쟁의 다양한 측면을 바라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갖는다. 같이 연수에 참여하시는 국어 선생님께서 국어 교과서에서 6.25 전쟁이 한국전쟁으로 표기되고 있음을 알려주셨다. 학교 교육이 1950년에 발발한 남북 간의 전쟁을 ‘6.25 전쟁’으로 표기하는 것은 역사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2강에서 만난 백승덕 선생님은 가장 민감한 주제를 연구하고 계신 분이었다. 선생님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검색해본 뒤 놀랐다. 근대의 병역을 역사적으로 파악하며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성찰적으로 돌아보자는 선생님의 문제의식은 국민국가에서 살아가며 ‘병역의 의무’를 익숙한 것으로 여기던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내가 사회의 군사화에 대해 무딘 감각을 지닌 것도 한국전쟁의 유산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병역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수업을 실천할 경우 교사는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자칫 교사가 국민국가를 부정하고 있다는 의심을 만들지는 않을까? 병역에 대한 성찰은 교육적인 주제이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보통 학교 교육은 ‘병역의 의무’를 올바른 것,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마땅한 것으로 가르치고 있을텐데, 어떤 접근이 가능할까? 앞으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주권과 규율 권력 간 긴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폭력의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는 백승덕 선생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개인적으로 규율 권력을 건강하게 견제하고 통제한 사례를 중심으로 역사교육의 내용을 구성해보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3강 소현숙 선생님은 장애를 중심으로 한국전쟁의 유산을 짚어주셨다. 지금까지 해온 한국전쟁 수업을 떠올리면, 대체로 전쟁의 피해를 ‘죽음’을 중심으로 가르쳐왔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으로 다친 군인과 민간인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전쟁은 장애사에서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사회가 불충분한 돌봄으로 상이군인을 ‘사회적 문제’로 치부해온 것이 사실 아닌가? 현충과 원호 사이에서 버려지거나 소외된 이들은 얼마나 많았는가? 그들은 이후 어떤 목소리를 내어왔는가? 전쟁 이후 국가 및 사회의 역할과 관련하여 어떤 수업을 해보아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질의 응답 시간은 민간인 학살 문제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수업하는 데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나도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을 수업에서 다룬 뒤, 학생에게 문제 제기를 받은 경험을 나누었다. 학생은 아주 공손한 태도로 북측의 민간인 학살을 다루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수업의 교육적 의도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긴 시간 동안 나누었지만, 개운하지 않았던 대화였다. 나는 대체로 한국전쟁기 과거사를 다룰 때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보고서에 의존하여 자료를 구성하여, 실제로 북측의 민간인 학살은 수업에서 잘 다루지 않는다. 여전히 학살 문제를 남과 북의 대결로만 바라보는 학생의 인식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수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4강 한모니까 선생님의 ‘DMZ 평화지도’ 강의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다. 선생님은 되도록 냉전사 강의를 짧게 하시고, 평화지도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셨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평화지도는 실제 학교 수업에서도 많이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38선을 지도에 그었다 지워보며 느끼는 감각은 교사의 설명으로 채워줄 수 없는 경험이 아닐까. 접경지역 인근인 의정부에 거주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이른 시일 내에 보여주고 싶다. 전쟁을 공부할 때 지역(local)의 관점이 여전히 중요함을 다시 생각한다. 연수를 마치자마자 동료 선생님들께 평화지도를 소개해드렸다.

마지막 5강 박정미 선생님의 기지촌 여성 강의는 무엇보다 반가웠다. 내가 사는 의정부 지역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역의 역사 선생님들과 지역사를 공부하며 박정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대법원이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문제’로 확정하여 판결한 것이 반가움을 배로 만든 것 같다. 박정미 선생님은 가부장적 사회와 국가가 여성의 성을 다루어온 역사를 조선 시기부터 짚어주며, ‘연결성’을 강조하셨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사이의 시간 차는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로 일본군 ‘위안부’와 한국군 ‘위안부’는 연속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2019년 지역의 역사 선생님들과 기지촌 문제를 공부하며, 기지촌 여성을 주제로 수업을 실천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 수업을 고민할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기지촌 여성의 인권 문제 사이의 공통점에 주목하여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몇몇 학생들은 자발성과 비자발성을 구분하며, 일본군 ‘위안부’와 기지촌 여성의 문제가 다름을 주장하고, 수업에 문제를 제기했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어떤 학생은 한동안 “선생님은 미국을 싫어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지난 수업의 부족함과 아쉬움을 떠올리며 우리 지역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가르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마치며

 

연수 후기를 마치 일기장처럼 적었다. 그만큼 솔직한 연수 후기인 셈이다. 연구와 소통으로 한국전쟁 교육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도록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상상력을 수업으로 이어 나갈 때이다. 새로운 수업 실천을 위한 용기는 영감과 상상력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강의해주신 선생님들 덕에 용기를 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귀한 연수 자리를 마련해주신 역사문제연구소 선생님들께도 거듭 감사하다. 배경식 선생님은 매시간 강의자와 참여자 간에 한국전쟁 교육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도록 독려하셨는데, 선생님의 세심함이 빛을 더했다. 앞으로 이러한 자리가 더 많았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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