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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봄답사 후기(문병모 서울 영일고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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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6-21 조회수 :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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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와 구로공단을 찾아서 변두리와 구로공단, 그리고 시인 기형도

답사기

 

작성자 : 문병모 (서울 영일고 수학교사)

 

 

전원배 해설사(?)님을 선배님으로 모신 인연으로 기행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기형도 시인에 대한 호감과 내 삶이 묻어 있는 살았거나 살고 있고, 출퇴근으로 지나다니고 술을 먹는 바로 그곳이기에, 선뜻 신청하게 되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3시간을 열심히 걷는다면 살을 빼는데도 무척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

 

1호선 관악역 근처에 살기에 처음 집결 장소인 석수역까지는 걸어갔다.

전철 한 정거장, 아주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왠지 걸어야 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길에는 소규모 공장들이 놓여 있어서, “기형도와 구로공단, 변두리라는 느낌을 조금은 맛보게 되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묘한 기대감 속에서, 석수역사에서 첫 대면을 하고, 답사의 첫 장소로 간 곳은 기아대교가 끝나는 지점의 길 위였다.

차로 늘 지나다니는 길이었지만 이렇게 도보로 걸어서 가기는 처음이었다. 그 길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기형도 시인이 살던 집터가 있고 그곳은 안타깝게도 고물상이 들어섰다고 한다. 광명역에 있는 기형도 문학관과는 약 2.6km 차이가 나니, 조금은 아쉽다.

길 위에서, 기형도 누이, 기순도의 비참한 죽음에 대해 들었고, 그 사건이 기형도 문학에 나타나는 어두운 분위기를 형성했을 거라는 해설사의 말씀을 들으며 비애를 느꼈다.

이어서 차를 타고 기형도 문학관에 갔다.

~! 열심히 걸어서 살 빼야 하는데ㅋㅋ.

기형도 문학관 1층에서는 기형도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자필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고, 시인들이 직접 읽어주는 기형도 시인의 시들을 오디오로도 들을 수 있다.

2층에서는 조용히 기형도 시인의 작품을 비롯한 문학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기형도 시인의 대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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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동아일보 1985)”의 배경을 형상화한 작품을 보면서 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었다.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기형도 문학관을 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출발점(기아대교)으로 되돌아와서 기형도가 학교에 가면서 걸었던 안양천 변을 따라 걸었다.

걸으면서 안양천의 특성-주기적 범람 등-에 대한 이야기, 구로공단으로 대표되는 공장지대의 노동자들에게 반찬거리를 대주기 위한 열무재배와 판매 이야기 등을 들으며 엄마 걱정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라는 구절을 말 그대로 구구절절 이해하게 되었다.

 

금천구청역까지 걸은 뒤에 전철을 타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하차!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 코로나로 폐쇄되어 내부를 볼 수는 없었다-구경을 시작으로 구로공단 기행은 시작되었다. 소위 벌집으로 불리는 작은 방에서 열약하게 생활하면서 우리나라 산업의 든든한 기둥이 되었던 우리 노동자들이 펼진 자랑스러운 역사!

저임금 구조 속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주도했던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투쟁은 열약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19856, “구로동맹파업(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동맹파업)”으로 발전한다. “구로동맹파업의 시발점인 대우어패럴 자리를 답사한 뒤, 그 당시 학생으로서 동맹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가두투쟁을 벌였던 전원배 해설사님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가리봉오거리(현 디지털단지오거리)로 이동하여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번 답사가 아니었다면 오른쪽에 보이는 중요한 표식이 있었음을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마치 바닥에서 보석을 주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랑스러운 노동의 역사가 이렇게 작은 표식으로만 만들어져 바닥에 방치된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런 표식의 발견만으로도 답사를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남부 노동해방 열사문화제가 왜 디지털단지 주위에서 열리는 지 깨닫게 되었고, 다음에는 더 각별한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우연히 남게 된 의류공장 터를 보면서 정부에서 이곳을 구매하여 잘 보존한다면 - “구로공단 노동자 생활체험관과 같은 인위적인 느낌이 아닌 진짜 우리 운동을 견인해 왔던 노동자의 삶을 느끼게 될 거라는 생각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은 뒤풀이 장소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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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 1만 원만에 맛있는 술과 밥을 제공하는 역사문제연구소의 놀랍고도 신비한 능력! 처음 만났는데 왠지 오랫동안 함께 했던 동무처럼 느껴지는 답사 성원들과 뒤풀이 자리를 마쳤지만, 즐거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2차까지, 하지만 3차까지 간다면 밤을 홀랑 샐 것 같아, 아쉬운 맘을 뒤로하고 새벽 버스에 몸을 맡기면서 기나긴 답사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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