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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획 강좌 후기(매탄고등학교 역사교사 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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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28 조회수 :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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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역사문제연구소 기획강좌 의료, 우리의 삶과 만나다.” 후기

매탄고등학교 역사교사 천정우

 

 교직 생활 중 처음으로 고등학교로 옮겼다. 새로운 학교급에서 적응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통합사회라는 난생처음 가르쳐보는 과목의 수업을 준비하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역사교사인지 사회교사인지 헷갈리던 그때, 역사문제연구소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의료, 우리의 삶과 만나다.”라는 기획강좌 안내 메일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기 전 역사문제연구소의 기획강좌를 듣고 매우 만족한 적이 있던 나는 주저 없이 기획강좌를 신청하였다. 역사문제연구소의 기획강좌는 일상에 지친 나에게 역사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초심(?)을 일깨워주는 새로운 자극제였다. 그러나 강좌를 신청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수요일 저녁마다 학교에 남아 야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도 외부 강사님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시고,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관리교사는 교무실에서 대기하며 학생들의 등하교를 지도하기만 하면 되었기에 기획강좌를 들을 수는 있었다. 다만 이후 연수 후기를 부탁받았을 때 내가 얼마나 기획강좌를 열심히 들었는지 되돌아보고 겸연쩍어졌다. 나의 강좌 후기는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기획강좌를 크게 1~2강은 역사, 3강은 사회(시민운동), 4강은 인문학 강의로 받아들였다. 1~2강은 근대 의료 체계가 근대 한국 사회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에 관해 배웠다. 특히 위생경찰제도와 보균자 정책을 통해 의료와 권력이 연결되는 과정이 매우 신선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의료 체계 수준 안에서 당국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독격리등 강압적인 방식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위생경찰제도가 등장했다. 위생경찰은 방역을 위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일상생활에 간섭할 수 있었다. 채변을 감독하는 위생경찰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서 위생경찰의 권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보균자라는 낯선 과학 지식이 수용되고, 식민지 조선 방역 당국이 보균자를 잠재적 위협으로 각인시켜 방역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고 보균자에게 전가시키는 모습에서 식민지에서 이루어지는 차별적인 의료 권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의료 방역을 위한 권력이 식민지 권력과 연결되는 모습에서 식민지 근대성론의 화두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오늘날의 방역수칙도 상당히 강제성을 띠고 있는데, 식민지 시기의 방역의 강제성과 오늘날 방역의 강제성을 우리는 어떻게 구분해 봐야 하는지 질의응답을 나누는 과정도 매우 흥미로웠다.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는 방역에 대해 우리는 합의하고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고 이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도 나눠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3강에서는 보건의료노조의 의료 공공성 운동 사례에 관해 배웠는데 강좌를 듣고 나서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전교조의 활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사회과 선생님들과 회식을 하면서 한 사회 선생님이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처럼 전교조도 이익집단이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노동조합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이 문제를 친한 전교조 선생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전교조 선생님께서는 본인 스스로 이익집단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공공성을 지향하는 정체성을 강하게 표현하셨다. 이 인식의 괴리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동안 고민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의 공공성 운동 사례를 들으며 공공성 운동이 어떻게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고, 2021년 노정합의문을 타결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전교조의 공공성 운동은 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할까라는 의문이 계속 맴돌았다. 한편 보건의료노조의 활동이 노조로서의 활동보다는 시민단체로서의 활동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 강의 직후 질의응답 시간에 노조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문제, 의료 공공성을 실현하는데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노조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현실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노조 내부에서 논의하며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공공성을 가진 교육계 종사자로서 묘한 동질감(?)에 위로를 받게 되었다.

 

 4강 또한 매우 재미있었다. 예전에 유성호 교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라는 책을 읽으며 연명의료에 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연명의료에 대해 동의하는가, 나의 죽음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를 고민할 수 있었는데 이번 강의에서도 이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죽음의 공간이 집에서 병원으로 바뀐 이유를 법, 주거환경의 변화, 의료산업의 변화 등과 연결 지어 이해하는 과정은 나와 부모님의 삶을 엮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한편 보라매병원 사건’, ‘김 할머니 사건으로 떠오른 존엄사 논쟁도 연명치료와 관련하여 우리는 우리 삶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말기라는 시간성이 뚜렷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연명의료에 관한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더욱 관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연명치료에 관한 이런 주제들을 인류학자가 현장에서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들려주니,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귀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느꼈다.

이번 역사문제연구소 기획강의를 통해서 근대 의료가 우리의 과거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의 삶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그리고 미래의 삶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강의를 듣고 강좌와 관련한 책이 좀 더 읽고 싶어졌고,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졌다. 역시 역사문제연구소의 기획강의는 역사에 대한 나의 초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게 강의를 진행해주신 네 분의 강사님과 기획강의를 계획하고 진행해주신 역사문제연구소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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