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연구소

이야기들

2021 정기 심포지엄 후기(최은진, 민중사반)

페이지 정보

작성일2022-01-08 조회수 : 1,593

본문

<심포지엄 참관기>

 

 

2021 정기 심포지엄 후기 : ‘새로운 민중사제안으로부터 10민중사로 다시 쓰는 전환기의 한국근현대사

 

 최은진(민중사반)

 

새로운 민중사를 향해 온 여정

20211120일 역사문제연구소 정기 심포지엄이 민중사반 주도로 열렸다. ‘민중사의 인식과 범위를 확장심화시키기 위한 논의의 장이었다.

민중사반이 2009년 정기 심포지엄 경계에 선 민중, 새로운 민중사를 향하여의 성과를 모아 『민중사를 다시 말한다』(역사비평사, 2013)를 발간한 지 10년이 흘렀다. 이때 새로운 민중사를 모색하며 민중사학과학적실천적 역사학을 넘어선 민중사, ‘탈근대의 민중사를 논했다. 민중의 일상적 삶과 민중운동 속에서 이루어진 구체적 경험과 의식세계를 주목했다. ‘변혁운동의 주체등으로 표상된 민중사학의 민중 인식과 차별화된 다양한 구성과 정체성을 내포한 多聲的 주체로서 민중을 설정했다.

이 책을 통해 민중사학의 소멸 내지는 민중이 사라진 시대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다시 민중사를 제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과 그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 애정과 믿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 책에서 “‘새로운 민중사는 민중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민중을 인식하려는 지식인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인가, 민중과 지식인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재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성찰과 재인식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민중사연구, 더 새로운 방향과 그 가능성

1년 이상 역사문제연구소 정기 심포지엄 팀은 새로운 민중사가 제시한 문제의식과 성과가 여전히 유효한지, 그 시대적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치열하게 논의했다. 그 결과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재난과 환경 등 세계 보편의 문제와 한국적 특징, 억압차별소외된 주체들, 다양한 주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배제의 작동에 대해 문제 제기해 보고자 했다. 더불어 역사학이 지식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역사 연구자의 존재론적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해 보려 했다.

먼저 제1부 발표 민중을 다시 읽는 방법론으로 「동학 주술과 유교적 실천윤리의 상호결합과 그 전개」에서는 동학포교시기-교조신원운동기-동학농민전쟁기 동학 주술과 충의가 서학 반대, 척왜양, 보국안민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과 무력항쟁 차원에서 결합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식민지 시기 지역의 공분을 통해 본 대항공론장’ : 식민지시기 산림 이용을 둘러싼 갈등을 중심으로」에서는 식민지 조선인의 위반행위가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일어났고 이것이 민중의 심성과 문화를 보여준다며, ‘삼림령위반은 근대성에 대한 충돌이자 생존을 요구하는 농민의 목소리가 담겼다고 주목했다. 1부 토론 「힘없는 자들의 하부정치에 대한 상상」에서 앞 발표에 대해서는 일상과 저항의 이질적인 두 시기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점에서 흥미로우나, 지도부의 이념적 설명이 그대로 농민의 것이라고 가정함으로써 자칫 위로부터의 시선에 포획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뒤 발표에 대해서는 식민지 공공성에 대한 논의에서 식민권력이 지배하는 과 통치대상으로 사회구성원인 이 다양한 국면에서 교차충돌하는 공론장을 구성해 보려 한 연구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중의 목소리가 무엇이었는지 분석하는 데서 나아가, 민중의 목소리가 어떻게 드러나며 지배질서에 맞서 만들어내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해석하기 위해 더 시도할 것을 주문했다.

본격적으로 제2부 발표 「전환의 시대, ‘민중사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역사학의 대상, 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전근대에는 자연 속의 인간, 근대 이후에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통제가 그 본질이었다면, 팬데믹 시대를 겪는 지금은 그 관계 속에서 기후변동과 관련한 자연이 중요한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인간의 삶과 이를 둘러싼 인간사회의 질서와 사유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전체사에 환경문제까지 포괄하여 더 넓은 의미의 전체사가 요청되며, 불평등과 환경문제를 초래한 서구/근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그 너머를 구상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화하는 불평등과 차별,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차원의 연대가 필요하며, 국가 내부의 연대와 협력이 그 전제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너리티 역사, 민중사의 새로운 혁신인가 해체인가?」에서는 마이너리티 역사는 아래로부터의 시각의 역사 연구를 혁신시키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수자 연구는 합리성효율성생산성에 근거한 근대사회의 조직 원리에 대한 첨예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마이너리티 배제를 통해 작동하는 사회 메커니즘 자체를 문제시하며 지금-우리의 역사를 새롭게 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또한 마이너리티 연구는 현실에서의 실천적 문제의식과도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으며, 기존의 민족계급 중심적이던 실천 영역을 다양한 모순들을 포괄하며 새롭게 확장한다고 했다.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국적, 장애, 연령 등의 차이가 차별이 되는 사회에서 고군분투해 온 마이너리티의 역사는 단지 고통 받는 자의 역사를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다수자가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마이너리티의 연대는 차이를 오히려 확대하면서 소통의 통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다시 읽을 수 있을까? : ‘민중사의 한계를 인정하며」에서는 민중사 연구방법론은 역사를 국가의 서사로 구성하려 할 때 메타비판적 성격을 포함하는 등 시대적으로 여전히 의미 있는 방법론이나, 바로 이 지점이 민중사 연구방법론의 한계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민중사 연구는 국가폭력을 비판하지만, 오히려 민중의 내용에 대해서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민중 담론이 근대국가서사(주로 발전국가서사)와 떨어져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았다. ‘새로운 민중사가 유의미했던 것은 결국 시대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나온 연구자들의 실천행위였다는 점이므로, 변화한 시대에는 새롭게 등장한 민중에 대해 연구자 스스로의 입장과 철학을 재연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중사 연구자가 지식인을 버리고 대상의 情動에 공감하고 대상과의 節合을 선택할 각오가 될 때 꿈틀거리는 사람의 역사로 들어갈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정체성 정치’(특정 집단이 겪는 부정의, 차별 등에 기초한 고유의 정치활동 혹은 그 이론)의 영역을 민중사 연구자가 지향할 바로 제시했다.

 

민중사’,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

종합토론에서는 국민국가근대없이 한번 민중사를 써보는 것은 어떨지, 특히 근대는 지식인의 세계관이고 인식틀이지 않을까 문제 제기되었다. 앞서 발표에서 변혁 주체로서 민중을 부정비판한 순간 그에 전제된 민중과 지식인/연구자의 관계, 지식인 자체도 변화해야 하는데 변화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는 현실에서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연구자가 민중을 대상화하지 않으면서도 함부로 이해공감한다고 자임하지 않는 성찰적 자세와 연관되기에 정당하다고 보았다. 한편 민중사 연구자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연구대상에 더 집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인/연구자의 역할도 모색조정되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동시에 다중의 정체성이 존재하는데 협애한 민중의 개념을 계속 고집할 것 없이, 연구대상을 직접 호명하며 굳이 민중이라는 말을 깃발처럼 내세울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계급적 기층민중’, 가난한 자가 다시금 배제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주장되었다. 또한 마이너리티의 역사를 쓸 때 마이너리티의 주변적 위치성을 강조할수록 더욱 주변화되는 딜레마를 벗어나야 할 것이 과제로 제시되었다.

 

영어로 민중사‘people's history’이다. 심포지엄을 참관하고 후기를 적으며 필자는 보다 가볍게 민중사를 기록할 수는 없을까 상상한다. 단지 사람들의 역사를 자유롭게, 다양하게, 다각도로 다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꾼다. 민중사에 대한 중압감, 시대적 트라우마, 세대적 트라우마가 아직 우리에게 느껴진다. 여전히 운동사적 시각에서 자기 검열의 태도가 엿보인다. 민중사의 영역과 주제는 더욱 확장되어야 할 것이며, 심포지엄에서 제안된 생태환경사와 마이너리티 역사 연구는 이미 유행처럼 각광받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 연구의 필요성이 민중사의 당위성(‘민중사가 이 연구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이 되어서는 또 다른 한계를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계급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 계급적 관점의 민중사 연구도 그 연원을 찾는 방법으로서 유효하며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전근대사-근대사-현대사의 민중사 연구가 범주와 방법론상 차이는 없을지 더 고민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지난 10여 년간 역사문제연구소 민중사반의 노력과 성과가 계속 축적수정보완되어 나가기를 바란다.

[이 게시물은 역사문제연구소님에 의해 2023-01-05 13:13:19 역문연 광장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