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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획강좌 후기(연세대 정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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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28 조회수 :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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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기획강좌 후기

연세대 정다혜

 

 코로나19는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닥쳐왔고 2년 여의 시간동안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감염병의 출몰이 갑작스러운 사건은 아니지만 코로나19처럼 특별한 치료제 없이 전세계를 휩쓸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영향을 끼친 사례는 드물다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질병과 보건의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의료사, 의료사회학, 의료인류학 등 의료인문학은 어느때보다 호황(?)이었다. 역사학만 하더라도 2020년 이후 감염병과 의료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여러 곳에서 열렸다. 덕분에 의료사 연구자들은 각종 발표와 저술활동으로 그 어느때보다 바쁜 나날들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활발한 연구활동들이 시민들에게도 미치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였다. 감염병의 역사와 관련한 서양의 대표적인 연구서들이 서점 역사코너 전면에 등장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역사와 이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남아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문제연구소의 20224월 기획강좌는 근대의료의 수용, 감염병과 사회, 의료 공공성, 병원사망과 연명의료 등 한국 근현대 보건의료의 주요한 이슈를 학술과 현장을 넘나들며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의료, 우리의 삶과 만나다라는 어쩌면 상투적일 수 있는 문구도 코로나 덕분에(?) 와닿는 문구로, 적절한 제목으로 여겨졌다.

 

매주 온라인으로 진행된 강좌는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루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1근대의료, 한국에 정착하다에서 박윤재 선생님은 한국에 근대의료가 도입되고 정착하는 과정을 서양의료기관, 의약품, 위생제도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한말부터 일제시기까지를 포괄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사례들로 구성한 강의였다. 박윤재 선생님의 달변과 재치가 돋보여, 강의를 들었던 지인들은 “<차이나는 클래스> 한편을 시청한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첫 강의였지만 위생제도와 식민정책과의 관계, 근대의료의 침투와 수용의 실제, 현대 의료제도와 관련한 근대의료 도입의 유산 등에 대한 토론도 이루어졌다. 이후 이어질 2-4강의 주제들과 연관해 생각할 논점들이 제기되어 이어질 강의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백선례 선생님의 <‘잠재적 위협으로 보균자 각인시키기: 조선총독부의 보균자 정책>은 일제시기 보균자에 대한 인식과 대처를 총독부 방역정책의 맥락에서 살펴보았다. 일제시기 감염병 보균자가 어떤 계기에 드러나고 인식되며, 그들에 대한 정책이 무엇이었는가를 구체적으로 다룬 강의를 통해, 보균자 인식이 민족문제와 어떻게 얽히는지, 보균자의 잠재적 위험성은 어떤 방식으로 확산되고 수용되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에서 보여준 감염병 보균자에 대한 공포와 보균자를 향한 인식의 변화를 떠올리며 비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1강과 2강이 근대시기의 문제를 다루면서 현재와 비교하는 시간이었다면, 3강과 4강은 당장의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현실과 쟁점, 대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강에서 이주호 선생님은 의료공공성의 시각에서 한국 의료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피고 보건의료노조 창립시절부터 지금까지 행해온 의료공공성 운동의 역사와 의제를 정리하였다. 30년간 보건의료 노동운동을 지속해온 활동가가 보건의료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준 만큼, 강의가 끝난 후 최근 이슈가 된 공공의대 설립 논란과 전공의 파업,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관계, 코로나 이후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논의들이 오고갔다.

 

마지막 4강은 의료와 삶이 만나는 마지막 지점인 죽음의 국면을 다룬 강의였다. 언제부터, 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법과 주거환경의 변화, 장례산업 등과의 연관성 속에서 살피고 병원 사망과 관련해 중요한 이슈인 존엄사와 연명의료의 문제를 살펴보았다. 근대적 생명정치가 작동하며 탄생부터 죽음까지 의료화된 사회에서 말기의 몸’,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이후 각종 온라인 회의 및 학술회의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집중력은 대면강좌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자칫하면 90분 강의, 2-30분의 토론으로 구성된 강좌가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했다. 하지만 네 번의 강의 모두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강의 시간도 엄수하며(!) 진행되었고, 토론도 상당히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매시간 다루는 이슈들을 통해 보건의료 문제가 추상적인 지식이나 학술의 차원을 넘어 일상의 문제로, 삶의 문제로 닥쳐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깊이있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근현대 보건의료의 주요 이슈들을 큰 틀에서 정리한 이번 기획강좌는 식민지 유산, 국가와 시민사회, 지역사회와 돌봄, 복지와 노동, 다양한 몸과 의료 등 앞으로 더 심도있게 논의해나가야 할 많은 키워드들을 남겼다. 언제나 우리의 삶과 만나고 있었으나 새롭게 인식하게 된 보건의료의 여러 문제들이 앞으로도 다양한 기획에서 다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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