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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7.09.06] 6월 민주항쟁 후 탄생… 시민과 역사학 잇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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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09-08 조회수 :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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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3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30주년 맞은 학술지 ‘역사비평’


30주년을 맞은 ‘역사비평’ 창간호(왼쪽)와 2017년 가을호. 무크지(1, 2호)로 시작됐다가 1988년 여름부터 계간으로 발행됐다. 
역사비평사 제공

6월 민주항쟁 직후인 1987년 9월 창간된 ‘역사비평’이 최근 2017년 가을호(계간 120호)를 내며 30주년을 맞았다. 역사문제연구소와 역사비평사가 내는 역사비평은 6월 민주항쟁 뒤 진보를 표방하며 가장 먼저 창간한 학술지이면서,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발간되는 몇 개 안 되는 학술지 중 하나다.  

이번 호에는 왕조 교체기인 ‘여말선초’를 연속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특집이 실렸다. 송웅섭 서울대 규장각 책임연구원은 이 시기 새로운 정치 세력이 지방 향리층에서 등장했다는 통설과 이에 대한 반론을 검토한 뒤 정치사와 사회사의 분리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다른 특집 ‘21세기 민주주의의 위기’는 세계화된 자본주의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을 조명했다.  

역사비평은 창간 당시부터 전문 학술지와 대중서의 경계에서 학계의 연구 성과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현대사를 연구와 서술의 대상으로 삼은 사실상 첫 학술지로 평가된다. 역사비평은 현대사에 관해 주류적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여러 특집을 게재했고, 근현대사를 재해석한 ‘우리 역사 바로 알자’라는 시리즈가 대중적 호응을 얻었다. 
 


1988년 2월 역사문제연구소 2주년 기념 심포지엄 모습. 역사문제연구소 제공

주요 논쟁을 이끌기도 했다. 1992년 겨울호의 대토론 ‘한국 민족은 언제 형성되었나’도 한 예다. 노태돈 서울대 교수, 박호성 서강대 교수의 발제와 여러 학자의 토론을 통해 한민족을 역사적, 실증적으로 접근했다. 25년 전의 글이지만 ‘민족은 근대의 산물’이라는 인식과 ‘단군 이래 단일민족’이라는 사고가 여전히 대립하는 오늘날에도 큰 의미가 있다. 

역사문제연구소장인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역사비평은 역사학과 시민사회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편으로 정치, 경제, 사회, 국문학 등 다양한 학자들이 참여하는 소통의 장이 돼 왔다”고 평가했다. 
역사비평은 초기 ‘학술운동’ 성격이 강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성찰하는 기획도 실었다. 개항 이후 지식인, 정치인들이 동아시아와 민족의 향방을 어떻게 탐색했는지 다룬 ‘한국인의 동아시아 인식―역사와 현재’(2006년 가을호), ‘순응과 갈등의 한미관계 60년, 미래 지향의 대안을 찾아’(2009년 봄호)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박물관 기념관 역사교과서 등 ‘역사 정책’을 탐구하는 한편으로 ‘민중의 일상사’에 주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한국 고대사와 사이비 역사학 비판’ 시리즈를 통해 첨예한 논쟁을 촉발했다.  


역사비평 편집주간인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호 머리말에서 “역사학의 위기는 실증적으로만 만족시키면 된다는 매너리즘에서 온다”며 “역사비평은 새로운 논쟁을 만들고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0906/86186487/1#csidx277deec4df4643085f24818991f3ce1 onebyone.gif?action_id=277deec4df4643085f24818991f3c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