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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20-04-14 조회수 : 1,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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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각오로 10주년을 맞이합니다.
    이이화(연구소 소장),『역사문제연구소 회보』제30호(창립10주년 기념호)


    우리는 암흑의 시기에 창립을 보았습니다. 어두움 속에 비치는 한줄기 빛은 그 찬란함을 더해줍니다. 우리는 ‘한 줄기 빛’이라고 자부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은 기울여왔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땅에서 불모지였던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대중화할 것을 표방해왔습니다.
    이런 일을 하면서 10년의 세월을 쌓았습니다. 10년은 안정된 사회에서는 짧은 세월이겠지만 격동의 시대에는 아주 긴 터널일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구호를 내걸고 시위에 나선 적도, 어느 인물을 고무 찬양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초라한 모습으로 연구하고 글을 쓰고 말을 했을 뿐입니다. 척박한 환경에도 용기를 굽히지 않았고 논지(論旨)를 뒤틀지 않았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공동연구를 거듭했고 인접 분야와의 대화를 끊임없이 모색했습니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며 참된 민주와 통일을 열망하고 좀더 나은 사회를 갈구하는 유지와 시민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역사의 거름일 것입니다. 이들은 권력이나 명예를 남기기 위해 피땀 흘려 번 돈을 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런 조건에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학술운동의 차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사를 유물이 아닌 오늘의 문제로 풀어보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왜곡된 근현대사를 합(合)의 자리에 놓으려 했고 편향된 시각을 가치중립으로 풀어보려 했습니다. 이런 속에서 구체적 성과도 냈습니다.

    지금 세상에서는 역사의 쓰레기통에 들어갈 위인들이 걸핏하면 역사를 들먹입니다. 이럴 적마다 앞으로 우리의 할 일은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붓으로 정의와 공의를 세우고 좀더 실천적인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10주년을 맞이하여서는 지난 일을 자랑하기보다 미래의 설계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연구자들이 안정 속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경제기반을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이어 근현대 연구센터가 되도록 근현대사료관 건립이 시급합니다. 기금 확보는 정부의 지원금이 아닌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학문의 순수성을 위해서입니다. 이런 준비를 위해 연구소를 ‘사단법인’으로 등록했습니다. 기금출연의 제도적인 보장을 위해서입니다.

    끝으로 우리는 자기반성을 거듭할 것임을 다짐하며 어떤 고난도 이겨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그동안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20주년을 맞이할 적에는 좀더 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격려와 지원을 부탁합니다.